Lorem ipsum dolor sit amet, consectetur adipi Suspend isse ultrices hendrerit nunc vitae vel a sodales. Ac lectus vel risus suscipit venenatis.

Amazing home presentations Creating and building brands

Projects Gallery

Search

5화. 끝없이 이어지는 삶의 음악, 젤리야 Jeliya

끝없이 이어지는 삶의 음악, 젤리야(Jeliya)

“오, 카삼바(Kassamba). 당신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이 마을에서 나이가 어린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 가난한 사람, 아픈 사람, 부모가 없는 사람,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가 가진 것들을 아낌없이 베풀고 나누며 살아왔다. 곧 부부가 되는 이들이여, 당신들의 조상들처럼 위대한 사람들이 될 수 있겠는가.” – 부르키나파소 어느 결혼식, 젤리의 말

어슴푸레 해가 지기 시작하는 저녁부터 잔치를 시작해 밤이 되도록 사람들이 계속 춤추었던 부르키나파소의 어느 결혼식이었다. 기타의 멜로디가 은은히 흐르는 가운데, 멋진 옷을 입은 젤리 한 분이 신랑 신부 앞에 서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순간 떠들썩했던 주위는 고요해졌고, 모두 그의 말에 귀 기울였다. 내 옆에 있던 엠마누엘은 ‘나무(Namu, 그렇다는 뜻)’, ‘카바코(kabako, 크다는 뜻)’등의 추임새를 넣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시와 노래처럼 은유가 많은 젤리의 말을 제대로 번역할 수 없어 아쉽다며 가슴팍을 통통 쳤다. 이후로도, 젤리는 자신을 둥그렇게 둘러 싼 채 춤추는 이들의 이름을 한 명씩 모두 호명하며 노래를 불렀다. 이름이 불린 이들은 그의 앞에서 너울거리는 춤으로 답했다.


인간의 삶은 ‘끝’이 있지만, 젤리의 노래는 ‘끝’이 없다. 조상들의 위대한 행보를 노래로 전해 들으며, 현재의 사람들은 어떻게 삶을 살다 끝맺어야 할지 생각할 수 있었다. 사람이 태어나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세상을 떠나는 모든 삶의 순간에 젤리는 함께 하며 용기를 불어 넣고, 지혜를 전했다. 모든 가족의 역사를 알고 있는 그들은 개인의 삶 중 가장 큰 전환의 시기인 성년식과 결혼식에서 더욱 빛났다. 하지만 모두가 업적만을 남기지는 않았다. 때로는 타인, 때로는 자기 자신 때문에 빚어지는 갈등들 속에서 젤리는 ‘해결사’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우리 보보 민족은 새해가 오기 전 큰 축제를 열어. 각 마을의 젊은 젤리들이 주축이 되지. 1년 동안 그들이 지금까지 들었던 갖가지 잘못들을 노래로 만들어. 누가 누구와 바람을 폈다, 누구의 돈을 훔쳤다, 싸우고 아직 사과를 안했다 등등의 이야기들이지. 젤리들이 제일 빨리 알고, 제일 많이 알지. 모두가 그들에게 이야기를 하니까 말이야.” – 엠마누엘 사누(Emmanuel Sanou)


이 폭탄 같은 노래는 도대체 어떻게 터지게 될까? 축제날 밤이 되면, 스무 명 가량의 젤리들은 그 노래를 목청껏 부르며 마을을 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문제를 일으킨 노래의 주인공들 집으로 찾아가, 문 앞에서 더 크게 노래 부른다. 누군가는 문을 꽁꽁 잠그고 사람 없는 척을 한다. 그러면 젤리들은 사람이 나올 때까지 더욱 신나게 불러댄다. 자기의 이야기가 아니라며 발뺌을 하는 이도 있고, 노랠 듣고 눈물을 쏟으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비는 이도 있다. 그 해 잘못을 많이 저지른 이들은 아예 집을 떠나버리기도 한다. 빈집을 보며, 마을사람들은 그가 무엇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해결사’ 젤리는 잘못을 판단하여 처벌을 내리는 재판관과 달랐다. 유머와 페이소스 가득한 음악과 이야기로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며, 잘못을 저지른 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깨달을 수 있게 했다.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걱정하기보다, 우리가 삶을 어떻게 끝맺을지 생각해봅시다.“ – 마두 시디키 쟈바떼(Madou Sidiki Diabate, Traditional Kora Music from Mali)


젤리의 모든 노래는 다른 이들을 위한 것이지만, 젤리 스스로를 위해 부르는 유일한 노래가 하나 있다. 신이 젤리에게 이런 능력을 준 것을 감사하며 축복하는 노래가 바로 ‘람방(Lamban)’, ‘끝’이란 뜻의 이 노래는 ‘상디아(Sandia, 밤바라어(Bambara)로 ‘Happy New Year’를 뜻함), 감비아 지역에서는 람방고(Lambango), 춤의 이름으로 젤리동(Jelidon) 이라 다양하게 불린다. 이 음악은 13세기 순디아타 시대부터 연주되어 온 아주 오래된 젤리 레퍼토리 중 하나로, 모든 만데 문화권 지역에서 연주된다. 영적인 힘이 가득한 춤과 리듬으로, 젊은 뮤지션들은 처음에 이 노래를 꼭 배워야 했다. 계보를 잇는 그들에게 첫 번째 젤리 ‘쿠야테’ 가문을 만든 순디아타 왕과 젤리의 시작, 발라 파세케 이야기는 아주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 노래에서 남성들은 주로 연주를 하고, 여성들은 노래를 하고 춤을 추었다. 팔과 머리를 너울거리며 휘젓는 안무의 이 춤은 우리가 익히 아는 ‘젬베 댄스’와 아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처음엔 발라폰, 코라, 고니와 같은 젤리 악기들로 연주되다, 지금은 젬베 앙상블로 연주되기도 한다.


아프리카 악기의 대명사 ‘젬베(Djembe)’는 젤리 악기에 비해 비교적 ‘현대적’이고, 음악가가 아닌 대장장이 계급 ‘누무’가 발명한 ‘창의적’인 악기이다. ‘음악’은 오직 ‘젤리’만이 연주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젬베’의 발명으로 다른 계급, 보통 사람들도 음악을 점점 연주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악기의 등장으로 이전과 다른 춤문화가 만들어졌고, 젤리와 또 다른 장인계급, 대장장이들이 가진 비밀과 신성한 힘들이 그 음악에 깃들게 됐다. 다음 호에서는 본격적으로 춤의 세계로 더 깊이 들어가 보려고 한다!

No Comments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