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사냥꾼 반타와 노래하는 거북 – 만데 전래동화집
옛날 옛적에 아주 무지막지한 사냥꾼 반타가 살고 있었어. 어떤 동물이든 반타의 눈에만 띄면 불에 굽히거나 가죽이 벗겨지거나 모두 죽을 운명이었지. 반타가 얼만큼 무지막지했냐면, 새끼를 배었거나 데리고 있는 어미를 죽이면 그 자신도 자손 없이 죽을 거란 오래된 믿음도 무시했단다. 반타는 소중한 자식을 세 명이나 둔 아버지인데도 말이야.
매일 저녁 반타는 사냥감을 메고 집으로 돌아왔어. 목에는 여우와 다람쥐를, 허리 주머니엔 비둘기와 토끼를, 때로는 영양이나 얼룩말을 바닥에 끌며 돌아왔지. 반타는 가족들이 다 먹지도 못할 만큼 많은 동물들을 사냥했어. 그저 엄청나게 도살을 저지르는 데에 빠져있었지. 더군다나 반타는 뽐내기를 좋아했고, 그가 사냥감 이야기를 시작하면 아무도 말리지 못할 정도였어.
그리고 오늘, 이 망고나무 아래에 숲속의 동물들이 모두 모여 회의를 열었어. 그의 창에 맞거나, 올가미에 빠져 죽기 전에 이제 그만 반타를 멈춰야 했지, 하지만 도대체 누가 반타에게 맞설 수 있단 말이야? 사자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앞발 사이를 지나가는 개미들을 열심히 관찰하기 시작했어. 코뿔소는 마침 다른 일이 있다며 일어났고, 코끼리는 몸을 으슬으슬 떨었어. 코끼리만 아픈 건 아니었어. 나도 감기에 걸린 것 같아 하고 뱀이 말했어. 하이에나도 마찬가지였어. 썩은 고기만 먹다가 너무 신선한 음식을 먹었나 봐.
그러니까 반타에게 맞설 미친놈은 아무도 없었다 이거야. 떼죽음은 계속 이어지겠지. 이 초원에서 피가 마를 날은 이제 없을 거야. 그런데 갑자기 작은 거북이 빼꼼 손을 들었어. 그리고 거북이는 다른 모든 동물들에게 내일 모두 꽁꽁 숨어 있어야 한다고 부탁했어. 아무도 자신의 굴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고 말이야.
다음 날, 반타는 막대기로 수풀을 때려도 보고, 돌들을 하나하나 뒤집어도 보고, 머리를 뒤로 돌려도 보며 텅 빈 하늘을 노려보았어. 초원은 적막하기만 했지. 모래와 먼지 속에서 발자국을 찾아보았지만, 말짱 헛수고였어. 숨소리 하나, 날갯짓 하나도 들리지 않았어. 늪에 악어 한 마리조차 없었어. 저녁이 되었고, 빈손으로 처음 집으로 돌아가게 된 반타는 가슴 속이 분노와 쓰라림으로 가득 찼어.
아니 그런데 이건 꿈인 걸까? 저 높이 솟은 풀숲 사이로 코라의 청명한 음이 띠리링 들리더니, 그다음엔 노래가 흘러나오는 거야. 무슨 일일까 궁금해하며 반타는 조심조심 다가갔어. 거기엔 아주 작은 거북이가 코라를 연주하며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 저놈을 보면 내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겠군 반타는 생각했어. 오늘 내가 사냥을 실패한 걸 까먹을 만큼 말이야. 그리곤 덥석 거북이를 잡아 가방에 넣었어.
– 오늘은 아무 사냥감을 갖고 오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물었어.
– 더 좋은 걸 가져왔지. 반타가 말했어. 특별히 솜씨를 부려 노래하는 거북이를 잡았단다. 자, 들어봐.
거북이는 가족과 이웃들이 모인 앞에서 고분고분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어. 반타는 마치 자신이 잘한 것 마냥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어. 이 거북이는 왕에게 잘 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하고 반타는 생각했어.
다음날, 반타는 왕궁으로 찾아갔어.
– 위대한 왕이시여, 당신을 위해 이 작은 거북이가 노래하도록 제가 훈련시켰습니다.
– 오늘 밤 오너라. 궁중에서 거북이는 노래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는 궁궐의 중앙 정원. 반타의 손엔 경이로운 거북이가 놓여 있지. 반타는 세상을 다 가진 듯 미소를 띠며 작은 의자 위에 거북이와 그의 악기 코라를 놓았어.
– 자, 시작해봐 거북아.
하지만 거북이는 꿈쩍도 안 했지.
– 자, 노래해봐.
하지만 거북이는 아무 말도 없었지.
– 노래해봐, 어서!!!
하지만 거북이는 슬며시 고개를 넣더니, 다리까지 껍질 안으로 쏙 넣고 말았어. “반타, 내 얼굴에 먹칠을 하다니!”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 않았던 왕은 불같이 호통치며 당장 이 허풍쟁이를 처단하라고 명령했어. 교수대는 단숨에 세워졌어.
여기 반타가 목이 대롱대롱 걸려있구나. 숨 막히고, 괴로워하며, 마침내 그도 죽음을 맞이하겠지. 반타의 배배 꼬인 몸이 마지막 숨을 뱉으려 마구 떨렸어. 그런데 갑자기 코라의 아주 맑은 멜로디가 울려 퍼지는 게 아니겠어. 그리고 반타가 마지막 숨을 뱉는 순간, 작은 노랫소리가 시작되었지. 묘하게 기운찬 노래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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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이어, 오늘도 사냥꾼의 이야기를 가져왔단다. 사냥꾼의 흉악한 횡포를 멈춘 동물들이 거북이와 이구아나처럼 모두 물에서 활동하는 동물들인 건 신기하지 않니. 만데 왕국은 사하라 사막 가까이에 있어 물이 귀했던 나라였는데, 그래서 물은 곧 생명이었지. 물에 사는 동물의 목소리는 어쩌면 생명을 주관하는 신들의 또다른 목소리 아니었을까. 만데에서는 사람들이 꼭 기억해야 하는 건 노래로 남겼는데, 오늘의 이야기에도 사냥꾼의 노래는 없고 거북이의 노래만 있지.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할지, 거북이는 어떤 노래를 불렀을지 한번 상상해보자꾸나.
출처 : https://www.conte-moi.net/contes/banta-et-tortue-qui-chante
번역 및 글 : 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