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사랑을 잃은 하마, 말리 사조 – 만데 전래동화집
옛날 옛적에, 검은 강과 하얀 강이 함께 흐르는 마을이 있었어. 두 강이 함께 만나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물결은 크고 거칠었지. 마을의 여인들은 빨래하거나 물을 뜨러 가기 위해 이 강에 꼭 가야 했는데, 악어나 무서운 동물들 때문에 그 강에 가길 무서워했어.
어느 날, 아이를 가져 배가 부른 여자가 물을 뜨기 위해 강으로 갔어. 그때, 갑자기 물가에서 하마 한 마리가 나타난 거야. 근데 다른 하마와 조금 다르게 생긴 하마였지. 몸은 회색인데, 발은 하얬어. 얼굴엔 하얀 점이 있고, 눈은 태양처럼 황금색이었지. 여자는 하마를 보고 무서워 떨었지만, 하마는 여자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안심시켰어. 그리고 하마는 오늘부터 여자와 마을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어. 그 나라 말로 하마는 ‘말리’라고 부르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때부터 그 하마를 ‘말리(Mali)’라고 부르며 고마워했어.
몇 달 후 여자는 딸을 낳았고, ‘순수’라는 뜻을 가진 ‘사조(Sadio)’란 이름을 지어 주었어. 사조는 점점 자라나며, 하마 말리와 점점 가까워졌어. 사조는 매일 말리의 등에서 물속으로 뛰어내리고 수영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우정은 점점 사랑으로 변해갔지.
어느 날이었어. 젊은 사냥꾼이 마을에 왔다가 사조를 보곤 첫눈에 반한 거야. 하지만 마을의 모든 사람들은 그녀의 마음이 말리에게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 사냥꾼은 그 사실을 믿지 않았고, 사조와 말리가 함께 있는 걸 볼 때마다 분노가 차올라 어쩔 줄을 몰랐지.
화가 머리끝까지 난 그는 어느 날 말리를 없애버려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결국 말리는 사냥꾼의 손에 목숨을 잃고 말아. 마을을 지켜오던 하마 말리가 사라지자, 다시 마을엔 위험한 일들이 찾아왔지. 사조 또한 평생 혼자로 살았어. 오늘날, 검은 강과 하얀 강이 만나는 바풀라베 마을엔 말리와 사조를 기억하기 위해 하마 동상이 마을 앞을 지키고 있지.
”아, 말리 사조.
두 강이 만나는 마을의 하마
말리 사조, 어떻게 목숨을 잃었나.
물에 사는 동물들,
뭍에 사는 동물들,
모두 사랑이 뭔지 알지
인간들도 사랑이 뭔지 알아야해
우리 모두 서로 사랑하고 친구가 될 수 있지
말리 하마가 사조의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지
남자아기든 여자아기든 당신의 아이와 친구가 되겠다고“
아, 전설이 아닌 실제 이야기도 있단다. 바풀라베 마을에 식민지 관리로 왔던 유럽 남자는 매일 밤 꽥꽥 울어대는 하마의 목소리를 싫어했었대. 그 소리가 들리기만 하면 언제나 죽이고 싶도록 화가 났었다는군.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하마를 친구처럼 좋아했어. 옛날부터 마을에 위험한 일이 생기면 하마가 마을로 내려와 울었다고 해. 검은 강과 하얀 강이 섞인 강물처럼 회색 몸과 하얀 발을 가진 하마는 어쩌면 그 마을의 수호신 같은 존재였는지도 몰라. 바풀라베 마을은 지금도 말리 사조의 마을이란 별명을 아직 갖고 있어.
세상엔 항상 세 가지 진실이 있다고 하지. 만약 사냥꾼과 사자가 만나 벌어진 사건일 때, 사냥꾼의 진실, 사자의 진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일어난 사실 이렇게 세 가지가 있대. 오늘 들려준 말리 사조의 이야기는 사자의 진실과 같단다. 사냥꾼 버전의 전설엔 말리는 수치스러운 짓을 해 하마로 변한 남자로, 결국 사랑하는 여자의 배신으로 유럽인의 손에 죽게 되지. 세상엔 이 두 가지의 말리 사조 전설이 함께 떠돌고 있단다. 너는 어떤 이야기를 믿니?
참고자료 |
Terrence Roberts – The legend of Mali sadio
Wikipedia – Mali Sadio
책 ‘The Mandinka Balafon: An Introduction with Notation for Teaching’
글 | 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