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왕과 씨앗, 바니데(Banide) – 만데 전래동화집
4화. 왕과 씨앗, 바니데(Banide)
옛날 옛적에, 자식이 없어 나라를 물려주지 못하는 왕이 살고 있었어. 고민에 고민이 꼬리를 물다, 결국 왕은 지금까지 나라를 지켜온 전사들 중에서 자신의 시험을 통과하는 사람을 다음 왕으로 삼기로 결심했어. 그는 모두에게 하나의 씨앗을 주었지. 그리고 이 씨앗을 잘 보살펴라고 말해. 일년 후 얼만큼 잘 자랐는지를 보겠다고 하면서 말이야.
자와라는 그 씨앗을 가지고 집에 돌아와 아내와 함께 매일 물을 주고 씨앗을 심은 화분을 들여다보며 정성껏 보살피기 시작했어. 그런데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연두색 작은 새싹 하나 볼 수 없었지.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씨앗이 잘 자라고 있는지 보란듯 자랑하고 있는데도 말이야. 누군가의 씨앗은 나무가 되기도 했고, 꽃을 피우기도 했어. 자와라의 씨앗 빼고는 모든 씨앗은 눈부시게 자라고 있는 듯 보였어.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왕과 약속한 날이 밝았어. 왕은 그때의 씨앗을 지금까지 얼마나 잘 키웠는지 보고싶다고 모두에게 말했지. 자와라는 아무것도 나지 않은 화분을 가져가기를 망설였지만, 그의 아내가 그대로 가져가도록 권했어. 왕은 한 자리에 모인 모든 화분들, 나무가 되고 꽃이 된 화분들을 둘러보았어. 그리곤 제일 끝에 서 있는 자와라의 텅 빈 화분도 보게 되었지.
왕은 모든 전사들을 불러모아, 다음 왕은 자와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어. 그리곤 자와라 한 사람만이 정직하게 약속을 지켰다고 말해. 왕이 준 씨앗은 뜨거운 물로 한번 삶은 씨앗이라, 절대로 자랄 수 없는 씨앗이었던 거야. 정직함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 오직 자와라만이 왕이 될 수 있었지.
“아니라고 말해요.
아니라고 말해요.
당신이 아니라고 말할 때, 약속을 지키는 자가 되죠.
변하지 않아요.
변하지 않아요.
황금을 준대도, 세상 모든 좋은 것을 줘도
나는 변하지 않아요.
그건 약속을 지키는 자가 아니죠.
모든 것을 잃는 대도
그것이 내 약속을 깨진 못하죠.
당신의 비밀을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 말하지 마세요.
세상에 모든 일이 벌어져도 배신자가 되지 마세요.
좋은 때가 있고 어려운 때가 있고
나는 항상 여기 있을 거예요
나를 배신하지 않을거예요.”
– 노래 ‘바니데(Bannide)’ 중에서
–
말리와 니제르 사이엔 ‘바니’라 불리는 강이 있대. 그 강엔 전설이 하나 있는데, 사람이 죽어 저승으로 가는 강을 건널 때, 그 강의 중간에 어느 뱃사공이 기다리고 있대. 그가 돌아가 생전에 지은 악행의 빚을 갚지 못하면, 그 강을 통과할 수 없도록 지키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더군. 바니데 노래는 누구에게나 항상 진실을 말하겠다는 결심으로 유명한 왕 ‘사누그 김바(Sanougue Gimba)’에게 바쳐진 노래라고 해. 힘들더라도 선한 방향을 택하고, 악한 선택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지. 세상에 태어나 우리가 한 일은 그림자처럼 우릴 따라다닐 거라고. 우리의 무덤까지 말이야!
이 ‘왕과 씨앗’ 이야기는 노래 ‘바니데’가 담고 있는 내용 그 자체는 아니고, 메시지가 비슷한 이야기를 골라 함께 썼다.
글 | 소영
참고자료 |
Terrence Roberts – Jawara’s s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