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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모래와 숲의 나라, 마스크가 춤춘다, 보보동 bobodon (1)

아이들이 거리에서 모래 돌풍을 일으키며 뜀뛰던 춤, 온 몸을 뒤덮은 형형색색의 탈을 쓴 채 공중제비를 돌던 춤, 외국인 누구라도 이 춤을 추면 할머니들이 잘했다고 손을 번쩍 들어 올려주는 춤. 내가 지금까지 부르키나파소를 여행하며 가장 많이 보고 추었던 춤. 이번 화는 엠마누엘 사누의 민족, ‘보보’사람들의 춤들, ‘보보동(Bobodon)’ 이야기다.


민족춤에는 그 민족이 대대로 전승해오는 문화의 정수가 담긴다. 리듬과 동작은 그들의 삶과 무관하지 않고, 오히려 중요한 역사와 지혜를 음악과 춤으로서 전해왔다. 보보민족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왜 이런 춤들을 만들었을까? 보보민족의 뿌리,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숲과 자연의 정령 ‘쏘고’와
인간과 도시의 신 ‘도’가 만난 땅, 
보보 민족의 시작 

아주 아주 오랜 옛날, 보보 민족이 나타나기 전 이 땅에는 숲과 자연의 정령 ‘쏘고(Sogo)’가 있었다. 어느 날, 사냥꾼(Donso)이 쏘고가 다스리는 땅에 나타나 그의 동물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사냥꾼은 자신이 쏘고를 침범하는 행위를 저질렀다는 걸 깨닫고, 그가 따르는 신 ‘도(Do)’에게 자신이 이 풍요로운 땅에서 계속 사냥하며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만딩고 춤 안내서의 애독자라면 눈치챘으려나? ‘도’는 만데 민족의 왕, ‘순디아타 케이타’ 이야기에도 등장한다.) 그리하여 쏘고가 다스리는 땅에 도의 사람들도 함께 살게 되었다. ‘쏘고’와 ‘도’, 이 신들은 이후 온 몸을 뒤덮는 탈로 만들어져, 보보민족의 특별한 의례 때 ‘탈을 쓴 춤’, 일명 ‘마스크 댄스(Mask dance)’로 나타난다. ‘마스크댄스’를 보보어로는 ‘씽요’라 하는데, ‘사람의 그림자’라는 뜻이다. 마스크들은 장례식에 자주 등장하며, 기쁜 잔치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 땅에 도착한 첫 여성의 이름 ‘시아’
신성한 계곡 ‘다프라’로부터 이어진 그들의 믿음
보보 민족의 수도, ‘보보디울라쏘’


쏘고와 도의 땅, 엠마누엘 사누의 고향인 도시 ‘보보디울라쏘(Bobodioulasso)’는 약 1000년 전부터 지금까지 보보민족의 수도이고, 말 그대로 ‘보보 사람들의 집’이란 뜻을 지녔다. ‘보보’라는 애칭으로 더 널리 불리는 이 곳은 현재 행정상 부르키나파소의 두 번째 도시이며, 각종 농업과 무역이 발달한 ‘경제적 수도’이자 전통문화를 수호하는 ‘문화의 수도’로 알려져 있다. 쿨레칸의 한국 멤버들과 부르키나파소에 갈 때마다, 제 2의 고향처럼 머물던 도시. 이 도시는 ‘낯선 외지인을 가족처럼 대하고, 집처럼 머물게 하는’ 커다란 환대의 문화를 갖고 있다. 보보 민족이 이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갖고 있는 자부심은 굉장히 크다. 민족과 종교가 달라도, 평화로울 수 있는 곳이라 자랑스럽게 말하며! 여기엔 보보 민족 말고도 수 십개의 민족들이 함께 살고 있고, 종교 역시 ‘도’를 믿는 전통종교, 가톨릭교, 이슬람교 등이 있다.

사실 ‘보보디울라쏘’ 란 도시 이름은 19세기 프랑스 제국주의 군대의 점령을 받아 식민지가 되었을 때 만들어졌다. 그 전에는 모두들 ‘시아(Sya)’라 불렀다. 이 땅에 처음 정착한 여성의 이름이 바로 ‘시아’였다. 그녀는 어디에서 왔을까? 보보디울라쏘까지 흘러온 물줄기가 시작된 곳, 보보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신성하게 여기는 숲과 계곡, ‘다프라(Dafra)’가 바로 그 시작이다. 보보 시내 중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삼십분 가량 메마른 평원을 지나치면 널따랗게 펼쳐진 숲을 만날 수 있다. 숲의 입구엔 다프라를 지키는 가족이 살고 있고, 오토바이는 이 집을 건너갈 수 없다. 다프라 계곡에 닿기까지 삼십분 가량을 더 걷는데, 무릎까지 오는 야트막한 초원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돌 절벽과 지형들,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면 그 신성한 계곡을 만날 수 있다.

‘다프라’는 보보민족과 보보 도시의 수호신과 같은 존재다. 삶의 고비를 맞닥뜨린 이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 찾는 곳이다. 사람들은 다프라가 인간에게 좋은 것을 줬기 때문에, 이 물과 여기에 사는 물고기에게 기도를 한다고 엠마는 말했다. 그 물고기는 한국의 메기처럼 생겼는데, 불어로 ‘쁘아송 사크레(Poisson Sacre)’ 즉, 신성한 물고기라고 각종 여행 방송에서 불려진다. 하지만 이 말 역시 식민지 시절에 만들어졌다. 앞선 만딩고 춤 안내서의 그리오 이야기에서 말했듯, 보보 사람들 역시 신성한 것에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고 한다. 보보민족은 이 물고기를 절대로 먹지 않으며, 볼 때마다 오히려 빵과 우유를 주며 보호한다.


고된 노동은 축제와 잔치 속 춤이 되었네
축제는 즐거움 동시에 커다란 교육의 시간 
부르키나파소에 간다면 꼭 배워야 할 춤!


보보민족은 ‘쏘고’와 ‘도’를 믿으며 자연의 다양한 정령들을 신성시했고, 척박한 땅에서 농사를 지으며 강인한 삶과 문화를 일궈냈다. 그들의 종교는 ‘누구나 출 수 없는 신성한 춤’을, 그들의 농사는 ‘모두가 출 수 있는 춤’을 낳았다.

모두가 즐겨 추는 대중적인 춤은 대부분 농사에서 탄생했다. 그들이 주로 경작한 작물은 ‘포니오(Fonio)’. 서아프리카 지역에 많은데, 건조하고 영양없는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고마운 곡식이다. 다만, 자잘한 알갱이의 껍질을 까는 것이 만만치 않았는데 보보 민족은 발로 껍질을 비비며 까는 것을 택했다. 이 고된 노동은 젤리의 음악과 함께 리드미컬해졌고, 수확제가 열리면 보보 사람들은 이 스텝을 함께 추며 축제를 즐겼다고 한다. 이 스텝을 ‘펜통오크레’라 부르는데 펜은 ‘포니오’를, 통오는 ‘발을 딛다’를, 크레는 ‘북을 두드리다’란 뜻이다. 보보동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많은 스텝이고, 부르키나파소에 간다면 꼭 배우고 가야 할 춤이다. 당신이 이 춤을 춘다면, 모두 당신의 팔을 들고, “보보체! 보보무쏘! (보보의 남자, 보보의 여자)”라 말할 것이다.

모두가 출 수 있는 춤은 어떤 방식으로 전승이 되었을까? 학교에 모여 선생님이 제자들을 가르치는 방식은 보보 민족의 방식이 아니었다. 축제 때 춤을 잘 아는 어른과 청년들, 잘 모르는 아이들이 모두 섞여 함께 춤을 추면서 배움과 즐김이 동시에 이뤄졌다. 데리고 와서 가르치지 않고, 함께 어울리면서 보여주고 배운다고. 성인식을 마치고 돌아온 이들을 축하하거나, 여성들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축제 때 추는 ‘제레크레’ 춤이 대표적이다. ‘제레크레’는 잘 추는 사람이 선두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스텝을 제시하기 시작하면, 제일 꽁무니에 선 모르는 사람까지 이 스텝을 똑같이 따라하며 춘다. 원 하나에 스텝 하나씩! 내가 본 축제에서 이들은 한 삼십 바퀴 정도 돈 것 같았다. 춤추고 싶은 사람, 배우고 싶은 사람은 중간에 누구나 껴서 출 수 있다. 축제는 커뮤니티가 모여 즐거움을 나누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세대 간 이뤄지는 커다란 교육의 시간이었다.

아, 여기서 잠깐! 보보 민족의 젤리들이 연주하는 악기는 ‘젤리의 3대 악기’로 알려진 발라폰이나 코라, 고니가 아니다. ‘토킹드럼(Talking drum)’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이 악기는 보보어로 ‘롱가(Longa)’, 줄라어로 ‘타마(Tama)’라 불린다. 보보동에는 전통적으로 모두 이 악기들이 연주된다. 마치 한국의 미니 장구 같은데, 가죽을 팽팽하거나 느슨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양쪽 가죽이 줄들로 촘촘하게 매어져있다. 이 북을 겨드랑이에 낀 채, 팔의 힘으로 조이고 풀며 기역자로 구부러진 스틱으로 가죽을 두드리면, 생김새는 북이지만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다. (과거 함께 일했던 뮤지션 아미두 발라니는 이 북으로 ‘아리랑’을 들려준 적 있다!!) 그리고 한 쌍으로 ‘바라(Bara)’라 불리는 북을 함께 연주한다. 한아름 되는 커다란 조롱박의 윗둥을 자르고, 소나 염소의 가죽을 덮어쓴 북으로 통통거리며 낮은 소리를 연주한다. ‘카랑’거리는 강한 액센트가 있는 젬베가 나의 몸을 더욱 칼처럼 날렵하게 만든다면, ‘동 도동동’ 하며 울리는 롱가와 바라의 조합은 절로 내 발을 땅에서 방방 뛰게 만든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마스크 댄스’. 아무나 출 수 없고, 아무나 볼 수 없는 ‘신성한’ 춤. 마술과 비밀로 가득한 이 춤에는 흥미로운 일화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다음 화에서 더 들려드리겠다(!)

Reference :
인터뷰 Interview (Emmanuel Sanou, Aguibou Bougobali Sanou, Djibril Ouattara),
책 <아프리카 현대 무용>(저자 Salia Sanou, 번역도움 디올 사 Dior 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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