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젬베 댄스 잔치의 주인공, 소녀들의 춤 ‘만쟈니 mandiani’
소영의 만딩고 춤 안내서 8화.
젬베 댄스 잔치의 주인공, 소녀들의 춤 ‘만쟈니(Mandiani)’
오늘 소개할 춤은 서아프리카 춤들을 좀 배워본 사람은 모두 한번쯤 들어 알고 있을 리듬, 만쟈니(Mandiani)다. 6화에서 이야기한 리듬 ‘쟝사’와 더불어 가장 많이 알려지고, 또 사랑받는 만데 리듬 중 하나다. ‘쟝사’가 잔치의 첫 시작을 여는 춤이라면, ‘만쟈니’는 그 흥의 정점에 있는 춤이다. 생일, 결혼식 등 축하하는 날, 주로 열리는 젬베동(Djembe dance) 잔치에 ‘만쟈니’ 춤은 빠질 수 없는 주인공이다.
리듬 ‘만쟈니’는 기니 윗 지역(Upper guinea)에서 유래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름은 지역에 따라 Manjani, Menjani, Mandiani 등 다양하게 발음하고 쓴다. 에릭 셰리의 책 <만데 음악>에 따르면, ‘만쟈니’는 그 마을에서 가장 춤을 잘 추는 소녀를 뜻한다고 한다. 7세에서 14세 사이 소녀들 중 만쟈니를 뽑고, 만쟈니만 배울 수 있는 춤을 가르치고, 또 다음 세대의 만쟈니에게 전승된다. 지금은 이 전통이 남아있지 않다고 책에 쓰여져 있지만, 어딘가에서 이 전통이 살아있을지는 또 모르는 일이다. 엠마누엘은 만쟈니의 유래를 보름달이 뜰 때, 언덕빼기에서 소녀들이 모여 놀면서 추는 춤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마을 소년들은 어딘가 숨어서 춤추는 그들을 훔쳐보았다고! 그리고 춤추는 사람들 모두 소년들이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하며, 그들의 아름다움을 춤으로 맘껏 뽐내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2014년 쿨레칸 팀에서 엠마누엘과 아미두가 함께 공연할 때, ‘만쟈니’는 매번 공연의 피날레였다. 이 춤은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터져 나올 수 밖에 없도록, 관객들의 마음을 한순간에 높이 올린다. 엠마누엘이 한껏 높이 휘두르는 팔과 다리에 맞춰 아미두가 젬베를 ‘땅! 땅!’ 연주하면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움찔 거렸다. 그 춤을 계속 보고 있자면 마음 한 구석이 갑자기 불끈하고 치솟는 느낌이 들곤 했다. 이토록 강렬한 에너지를 담고 있는 춤이 ‘소녀들의 춤’이라고? 신체와 정신의 강함이 ‘미’의 기준이라는 점이 놀라웠고, 또 좋았다. 나도 언젠가 꼭 이 춤을 멋지게 추고 말 것이다 라는 다짐과 함께.
하지만 ‘만쟈니’는 쉽게 배울 수 있는 춤, 아니 쉽게 가르쳐주는 춤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쿨레칸 공연을 하며 내가 가장 많이 본 전통춤, 2016년부터 지금까지 부르키나파소에 만난 댄서들이 가장 많이 춘 춤, 볼 때 마다 내 마음이 가장 들뜨는 춤! 바로 그 춤이 ‘만쟈니’인데, 내겐 여전히 몸보다 마음이 앞서는 춤이다. 몿진 팀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댄스 커뮤니티 ‘쿨레칸 에스쁘와’가 시작한지 어언 3년째가 되었지만, 엠마는 아직 우리에게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만쟈니’는 몸의 어떤 특정 부위가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움직이는 춤으로, 전통춤들 중 동작의 난이도가 어려운 편에 속하고, 독특한 발디딤이 많아 기본을 모르면 배우기가 어렵다. 또, 계속 뜀뛰기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쓰고, 밖으로 발산한다.
하지만 이 춤을 추는 사람들을 지켜볼 때면, 춤추면서 에너지를 많이 쓰는 듯 보이지만, 실은 춤을 통해 에너지를 마구마구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자기가 스스로 힘을 만드는 몸짓이랄까. 땅을 향하며 가깝게 추는 만딩고 춤에서, 이 춤은 반대로 땅의 도움을 받아 맘껏 뛰어오르는 에너지를 가졌다. 그건 어쩌면 리듬이 만드는 힘일지도 모른다. 이 특유의 리듬 속에서 만쟈니를 추는 발은 땅을 꾹꾹 누르며 시간의 점을 찍기보다, 다가오는 시간을 조금 앞당기며 그 힘으로 박차 오르기를 선택한다. 하늘을 날고 싶은 사람의 마음이 담긴 춤일까. 나는 미운 오리 새끼 마냥 뒤뚱거리며 가라앉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언젠가 나도 저들처럼 가볍게, 물을 차올리며 날아가는 저 새들처럼 날.고.싶.다! (열심히 춤추겠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하시죠!)
이제 보름달이 떠도, 소녀소년들이 언덕에 모여 춤추던 시절은 지나갔다. 부르키나파소에서 만난 지금의 ‘만쟈니’ 춤은 현재 남녀 모두가 즐기는 춤이 되었다고 한다. 잔치 때마다 춤판이 열리길래, 여기는 아직 전통문화가 많이 남아있구나 싶었는데, 올해 부르키나파소를 찾아갔을 때 전통이 사라져간다며 걱정하는 아티스트들을 더 많이 만났다. 80년대만 해도 모두가 쟝사, 만쟈니 등을 출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전통춤을 배운 댄서들이거나 예술을 전승하는 젤리들이 주로 춘다고. 누군가는 서구화되는 젊은이들을 걱정하고, 누군가는 힙합으로 새로운 예술을 만들고 있는 지금의 부르키나파소. 저 멀리 아시아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 춤들을 배우러 오는 지금의 부르키나파소. 무엇을 지키고, 무엇이 변화해도 되는 것일까. 그럼에도 여전히 춤판은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