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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길을 떠나는 삶과 춤, 줄라동, 플라동, 모씨동

춤추며 들이쉬는 숨마다 메마른 모래가 입안을 감돌던 곳. 맑은 하늘에 붉은 흙들이 흩날리는, 키 작은 관목들이 펼쳐진 널따란 평원, 세계 최대의 사막인 사하라의 남쪽, 사헬(Sahel) 지대. 아랍어로 ‘가장자리’라는 뜻인 이 척박한 땅의 서쪽에서 만딩고 문화는 피어났다. 햇빛이 작열하는 건기엔 3개월 동안 물 한 방울 내리지 않고, 우기엔 우산이 무색할 만치 우르르 무섭게 비가 내린다. 사헬의 많은 이들은 철새들처럼 건기와 우기 사이에 이곳과 저곳을 맴돌며 살았다. 이 독특한 기후는 건조한 모래땅에서 물과 풀을 찾아 떠나는 ‘이주’의 삶을 ‘정착’시켰다.

‘이주’가 기본 생활인 직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는데, 바로 유목과 농업, 교역이다. 오늘 안내서에서 이야기할 세 개의 춤, ‘줄라동(Diouladon)’, ‘플라동(Fuladon)’, ‘모씨동(Mossidon)’은 바로 이 일들을 주로 했던 민족의 춤이다. 오랜 역사동안 이어진 크고 작은 이동들은 새로운 만남과 정착을 낳았고, 그 결과 다양한 삶의 방식이 섞이는 거대한 교류의 장을 만들어냈다. 춤에는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고, 사람들은 여러 민족의 춤을 여행하듯 춤추었다.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땅과 문화를 열었던 이들의 역사를 만나보자.

먼저, 줄라 민족의 춤 ‘줄라동’. ‘줄라’는 Dioula, Dyula, Juula 등으로 쓰여진다. 가끔 기니비사우의 ‘졸라(Jola)’, 남아프리카의 ‘줄루(Zulu)’ 등의 민족과 이름이 비슷해 헷갈릴 수 있는데, 전혀 다른 문화다. 줄라는 만딩고어로 ‘상인’을 뜻하며, 그 이름처럼 이들은 성공한 상인이었다. 사헬 지대의 동서남북을 넓게 오가는 교역은 바로 이들을 통해 이뤄졌다.?

실제 줄라 사람들의 춤은 척추를 앞뒤로 부드럽게 움직이는 동작이 대표적이다. 잔칫날 원을 그리며 추는 춤의 막바지엔 항상 이 동작을 빠르게 추며 함께 리듬을 즐겼다고 한다. 가슴에서 손을 뻗어 상대방에게 내미는 행위를 묘사하는 동작은 쿨레칸과 함께 춤췄던 이들의 생일 때마다 자주 등장했다. 필요한 물건을 교환하고, 매매하는 행위들에서 엠마누엘 사누는 ‘선물’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했다. 어쩌면 그들은 물건 뿐만 아니라 타국의 다른 좋은 것들을 전해주었는지도 모른다. 리듬에 맞춰 선물하는 행위를 할수록, 빈손에 담기는 에너지가 점점 커지는 기분이었다.?

줄라 민족은 ‘만데 말을 하는 무슬림’이란 뜻의 ‘왕가라(Wangara)’란 이름으로도 불렸다. 책 ‘현대 아프리카의 역사’에 따르면 줄라 민족은 만데의 여러 지역을 가로지르는 무역 커뮤니티를 설립했고, 장거리 무역 속에서 이뤄진 그들만의 독특한 협력체계로 서아프리카에 이슬람교가 평화롭게 확장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사고팔 때 쓰는 ‘교역어’로 사용된 ‘줄라’민족의 말은 자연스레 다양한 민족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용어로 발전했고, 그들은 만나고 헤어질 때 꼭 이렇게 말하며 상대방을 축복했다.

“알라 케 에레 케. 알라 케 킬레 에레. 알라 케  두구니 망게. 알라 카수 에레.” 
(신의 축복으로 당신을 만났습니다. 신의 축복으로 오늘 좋은 하루가 되길, 신의 축복으로 다음 날 건강하게 일어나길, 신의 축복으로 좋은 밤이 되길)



여기에서 ‘알라’는 ‘신’을 뜻한다. ‘단 하나의 신, 알라’를 믿는 이슬람교이지만, 줄라 민족과 여정을 함께 하며 수없이 다양한 민족들을 만났고, 자연의 많은 신을 믿는 이 사헬지대의 전통종교들 속으로도 다툼없이 스며들었다.?

두 번째는, 계절을 따라 이동하며 농사를 지은 ‘모씨(Mossi)’ 민족이다. 이들은 부르키나파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큰 민족 집단으로, 수도 와가두구를 둘러싼 중북부 지역에 밀집해 있다. ‘구룬시’ 편에 등장하는 강력한 군대를 지녔던 나라로, 프랑스 제국 식민지로 가장 마지막에 점령된 나라이기도 하다. 사헬 지대의 땅은 크게 비옥하지 않아 농사는 번창하기 어려웠고, 이 곳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한 자급자족형 농사를 짓고, 계절에 따라 이주하며 농사짓는 삶이 보편적이었다고 한다. 이들의 춤은 ‘리와가(Liwaga)’, ‘와르바(Warba)’ 등으로 지역에 따라 춤들이 다르다. ‘코리’라는 조개껍질을 주렁주렁 장식으로 허리에 매달고, 골반을 빠르게 앞뒤로 회전하며 주로 춤춘다. 이 ‘코리’는 화폐가 생기기 전 돈과 같은 존재였으니, 이 장식은 그들이 가진 ‘부’를 떡하니 보여주는 셈이다. 둥둥 부드럽게 울리는 칼라바스, 룽가 악기 소리와 함께 차그락 차그락 회전하며 부딪히는 코리 소리들이 더해지면 잔치의 분위기는 점점 더 격앙되곤 했다.?

마지막 춤은 ‘풀라니(Fulani)’ 민족의 춤, ‘플라동’이다. 지역에 따라 Fulani, Fula, Fulbe, Peul 등 다양하게 불린다. 이들 역시 건기와 우기 사이, 소를 키우며 목초지를 찾아 이동하며 살았다. 그 이동은 얼마나 멀리 뻗어갔는지, 현재 풀라니 민족은 서쪽과 중앙아프리카를 거쳐 더 동쪽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가 만나는 홍해 연안까지 당도하여 살고 있다. 사헬 지역에서 가장 큰 민족이면서 역시 세계적으로 가장 큰 유목집단이라고 한다. 전체 인구 수는 많지만 모두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기 때문에,? 각 국가 내에선 항상 소수집단이다. 언제나 이동하며 살았지만, 플라니 모자, 화장, 터번을 두르는 방식 등 그들의 언어와 춤, 문화 역시 독자적이다.?

이 춤은 한 발을 땅에 두 번씩 딛는 일명 투스텝 발동작이 주요 리듬인데, 소를 치는 일이 삶인지라 그들의 노동이 자연스레 춤으로 표현되었다. 어깨에 우유 통을 짊어지고 즐거운 스텝으로 길을 걷거나, 손에 막대기를 들고 요리조리 폴짝폴짝 뛰거나, 플라민족 여성의 고유 화장법 ‘검은 입술’ 등을 칠하듯 몸을 치장하거나 하는 행동들이 모두 춤 속에 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평원을 소들과 이동할 때, 이렇게 뜀뛰며 리듬 속에서 걷는다면 지루함도 잠시 반짝일 듯 하다.?

플라니 사람들은 가끔 ‘만데모리’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모리’는 ‘앞일을 예견하는 현명한 자’, 즉 이슬람교 현자를 뜻한다. 플라니 민족 역시 이슬람교를 서아프리카에 서서히 전파한 민족이었다. 유목하는 소수자의 삶은 이슬람 종교의 지혜와 커뮤니티의 환대 속에서 보호받았다. 한편, 19세기 제국주의 프랑스, 영국 등의 식민지배로 이동이 자유롭던 공간에 ‘국경선’이 생기게 되었고, 플라니 민족은 정착도 하지만, 여전히 유목하며 국경을 넘고 있어, 각 나라를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사막화가 더욱 심해지며 이동은 필수가 되었지만 나이지리아는 이들을 겨냥한 ‘방목금지법’을 만들었고,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가 최근 늘어난 말리-부르키나파소 접경지대는 플라니 민족이 그들을 돕고 있다는 오해를 받는 등 민족 간 갈등도 커졌다. 현재 국경선은 다양한 민족의 분포와 문화를 고려하지 않고 유럽 제국들이 마음대로 설정한 것으로, 지금까지도 국경지대는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사헬 지역은 다양한 이주의 삶을 겪으며, 그 누구만의 땅이라 울타리를 치지않고, 이방인을 크게 환대하는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낯선’이들을 마주치는 건 일상적이었고, 좋고 나쁨을 미리 판단하기 전에 그 낯섬을 받아들이고 귀하게 대하는 심리적 공간을 중요시했다. 우연히 함께 살게된 이웃들은 모두 언어와 문화가 다른 민족이지만,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역사적으로 점차 생겨났다. 그리고 춤과 음악은 언제나 사람과 사람이 가장 빨리 만나는 지름길로서 커뮤니티에 항상 존재했다.?

하나의 언어, 하나의 민족문화가 오랜기간 이어졌던 한국은 이 다양성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까. 그러나 분명한 건 춤을 통해 우리는 이들의 삶과 정신을 짧게 나마 몸으로 공감해볼 수 있다는 것. 다양한 삶의 태도를 여행하듯 춤추며 어쩌면 새로운 대화와 커뮤니티의 길을 열수 있다는 가능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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