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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몿지니의 꾸러미] ‘춤과 시선’편

‘몿지니의 꾸러미’는 매월 하나의 주제로 <몿진>을 기획하고 글감을 구성하면서, 몿지니들이 영감을 받았던 재료들을 한데 모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이번 14호는 ‘춤과 시선’을 테마로 소영이 채집한 영감의 꾸러미를 풀어봅니다.

책 <다른 방식으로 보기>
존 버거 / 최민 옮김

‘말 이전에 보는 행위가 있다.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에 앞서 사물을 보고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이 책의 첫 문장이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시선’에 대한 주제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기본서 같은 책이다. 영문명 ‘Ways of Seeing’은 보는 방법이란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라는 걸 의미한다. 서양의 회화, 광고, 사진과 이미지들을 보며 처음 드는 생각을 다시 한번 되짚어본다. ‘음… 어려워요. 어떻게 이해해야 하죠?’ 하고 되묻는 나를 본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표준적인(권위적인) 방식 대신 새로운 방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열어놓는다.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남성적 시선 또한 이 책의 주요 화두다. 그보다도 한국인인 나로서 놀랐던 것은 한국 회화보다 서양 회화를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양의 많은 문화를 표준처럼 바라본 나의 눈을 되돌아 본다. 아래 시는 존 버거가 한국어 번역본 출판을 축하하며 보낸 시다. 어때, 그의 ‘시선’을 더 읽고 싶지 않은가?

Writing shit about new snow
for the rich
is not art.

부자들을 위해
새 눈에 대해 너절한 글을 쓰는 것은
예술이 아니다.
– 고바야시 잇사 Kobayashi Issa (1763-1827)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연출 권영일, 극본 김은정

엄마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존재했던 자식들이 하나둘씩 ‘가족은 지긋지긋해’ ‘엄마는 몰라도 돼’를 외치며 점점 멀어진다. 이젠 엄마 차례다. ‘엄마, 도대체 왜그러는데?’ 하고 묻자, 이렇게 답한다. ‘몰라도 돼. 너네도 언제 한번 이유를 말해준 적 있었니?’. 타인의 시선엔 그토록 민감할 때도, 가족의 시선엔 무심할 때가 있다. 각자가 발신하는 불길한 신호들을 애써 무시하며 꾸역꾸역 가족을 이어가던 이들이 정면으로 부딪친다. 각 인물들이 자신의 입장과 관점에서 헤비급 오해의 폭탄들을 매 에피소드마다 펑펑 터뜨린다. 거리가 가까울 수록 오해는 쉽고, 이해는 어렵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그렇듯 중요한건 대화의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 아닐까. 우린 모두 너무 다른 관점의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 그가 타인같은 가족이든, 가족같은 타인이든.

책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그렇다. 대놓고 제목부터 ‘시선’으로부터다. 나는 누구의 시선일까 궁금했는데, 책장을 열어보니 놀랍게도 소설 속 인물 이름이 ‘심시선’이다. 한국전쟁 후 하와이와 독일에서 일하며, 당대 드문 여성 예술가로서 활동하며, 두 번의 결혼으로 조금은 독특한 가족을 이뤘다. 심시선의 유언으로 지금껏 한번도 제사를 치르지 않다가, 10주기 제사를 온 가족이 하와이에 모여 치루기로 결정한다. 세 명의 딸과 아들, 다섯명의 손녀손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지금 우리에게 – 나이를 불문하고 – 가장 보물같은 이야기들을 꺼낸다. 매 챕터가 시작될 때마다 삽입된 심시선의 인터뷰 역시 용기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읽고 싶은 이야기다.

영화 <조조 래빗 Jojo Rabbit>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조조 : 흠, 난 춤추지 않을 거예요.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나 춤추는 거죠.
로지 : 자유로운 사람만이 춤출 수 있지.

2차세계대전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를 그린 영화들은 얼마나 비극적이고 눈물 콧물 다 빼게 만들었던가.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나치당과 히틀러에 열광하는 열살 꼬마가 바라보는 관점에서 전개된다. 꼬마가 ‘하이 히틀러!’를 외치며 혐오로 가득찬 언행을 보이지만, 여전히 신발끈 하나 제대로 못 매는 아이일 뿐이다. 조조가 불안할 때마다 가상의 친구 ‘히틀러’가 등장하는데, 사실 그는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다. 유대계 출신의 이 감독은 본인이 직접 자신을 히틀러에 캐스팅하며, 나치 독일을 제대로 엿먹인다. 조조의 엄마 로지는 희망을 갖기 어려운 시대에도 언젠가 아들이 춤과 사랑, 자유의 세상을 만나게 되길 바란다.

다큐멘터리 <Movement (R)evolution Africa>
감독 Joan Frosch, Alla Kovgan

preview

아프리카 춤에 대한 리서치를 계속 하다가 알게 된 이 다큐는 내게 ‘아프리카계 무용’을 바라보는 눈을 폭넓게 확장시켜준 영상이다. 2006-8년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서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문화와 그 뿌리문화의 만남, 여러 안무가, 역사가, 댄서들의 인터뷰를 생생히 기록한 영상이다. 세네갈과 부르키나파소, 마다가스카르, 콩고, 케이프 베르지, 남아프리카 공화국, 짐바브웨, 코트디부아르 등의 다양한 국적의 안무가들이 참여했다. 참여한 안무가 9명 모두에게 ‘아프리카 댄스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했고, 그들은 모두 각기 다른 9개의 대답을 내놓는다. 또, 인터뷰 사이사이 삽입된 작품 영상들 또한 매우 아름답다.

참여 예술가
Company Kongo Ba T?ria (Burkina Faso),
Faustin Linyekula and Studios Kabako (Democratic Republic of Congo), Company Rary (Madagascar),
Sello Pesa (South Africa),
Company Tch?Tch? (C?te d’Ivoire),
Company Raiz di Polon (Cape Verde),
Company Jant Bi (Senegal) and Kota Yamazaki (Japan),
Nora Chipaumire (Zimbabwe),
Jawole Willa, Jo Zollar and members of Urban Bush Women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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