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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몿지니의 꾸러미] ‘춤과 거리’편

‘몿지니의 꾸러미’는 매월 하나의 주제로 <몿진>을 기획하고 글감을 구성하면서, 몿지니들이 영감을 받았던 재료들을 한데 모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이번 15호는 ‘춤과 거리’를 테마로 보코와 소영이 함께 채집한 영감의 꾸러미를 풀어봅니다. ‘거리 두기’속 ‘거리’의 풍경들을 보며, 우리들의 ‘거리’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실험 <리스타트 19 Restart-19>
독일 (2020)

공연장은 문을 닫고 각종 실내 행사는 줄줄이 취소 혹은 연기 중인 이 때, 독일에서는 적극적인 실험이 진행됐다. 프로젝트 이름은 ‘리스타트-19’. 독일 동부 라이프치히의 할레 대학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실험으로 코로나19의 현실적인 위험 수준을 확인하고, 이를 피하면서 실내 콘서트를 열 수 있는지 가늠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한다. 관람객은 자원자를 모집했고 18~50세 1500여명이 참여했으며, 독일의 싱어송라이터 팀 벤츠코(bendzko)가 공연했다. 프로젝트 사이트에 건조하게 취지와 방법이 (영어 혹은 독일어로) 설명되어 있고 한국어 기사도 볼 수 있다. 트위터에 #Restart19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다 알아 들을 순 없어도 현장 사진과 영상을 엿볼 수 있다. 가을은 공연의 달이나 다름 없었는데. 아직 실험의 결과와 안전성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팬더믹 시대에 공연예술지원정책을 어떻게 펼것인지 긴급하게 논의는 못할망정 손놓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를 떠올리면 고구마를 잔뜩 삼킨 기분이 들고 만다. 

행진 <420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
한국 (2020)

매년 4월 20일에는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각종 결의 대회와 퍼레이드, 집회가 열렸다. 올해 4월은 코로나19가 주춤하긴 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는 여전히 강조되던 시기였다. 발열 체크, 방명록 작성, 마스크를 구비하더라도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행진 특성상 기획단에서 고민이 많았을 터. 기획단인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엄청나게 긴 밧줄을 준비했다. ‘물리적 거리 두기’를 반영해 2m 간격으로 구호를 담긴 종이를 두고 한 명씩 서서 밧줄을 잡고 행진하는 ‘인간 띠 잇기’를 진행했다. 길고 긴 행렬의 끝에는 마치 돛을 내린 배의 밧줄을 감는 선원처럼 누군가가 끝없이 이어지는 밧줄을 감고 있었다고. 고립된 섬에서 각자도생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겐 이 밧줄과 같은 연결의 끈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세한 내용은 기사에서 볼 수 있다.

만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미야자키 하야오, 일본 (2000)

잠 안오던 어느 밤, 이름만 많이 들어 봤는데 제대로 읽어보진 않았던 만화책 전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현재와 그리 다르지 않아서, 곧 들이 닥칠 미래일 것만 같아서.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알려진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그린 만화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본래 1982년부터 연재되었다고 하는데 내가 읽은 건 2000년에 출간된 박스판 전집이었다. 황폐해진 지구는 부해라는 곰팡이 숲이 확장되고, 유독가스와 오무라는 거대한 곤충이 인간의 삶을 위협하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자유롭게 거닐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2020년 우리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자연과 교감하는 주인공이 바람 사이를 누비며 새처럼 날 때, 무의식 너머에서 황금 들판에 서서 두 팔로 바람을 맞이할 때, 한 편의 춤 공연을 본 것 같은 황홀경에 빠지기도 했다. 

영상 <안전하게 거리두며 춤추기>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내일 당장 세상이 끝날 듯 모든 걸 포기하는 사람, 내일 당장 끝나더라도 오늘을 충실히 살겠다고 믿는 사람. 미래를 알 수 없는 날들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좀 더 사람냄새나고 유쾌한 하루가 필요하다. 

‘거리두기’라는 새로운 법칙을 받아들이며, 코로나 시대의 춤들은 하나둘씩 태어났다. ‘연결’을 잃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는 것이다. 멀찍이 떨어진 사람들 사이로 강아지와 고양이는 세상 행복하게  겅중겅중 뛰어다닌다. 손녀와 할아버지는 마주 본 거리에서 그 어떤 것보다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춤을 서로에게 선사한다. 마을 전체가 댄스 클래스 수업현장이 되고, 클럽에선 의자에 앉아 리듬을 타고, 손에 쥔 모든 것은 파트너와의 연장선이 된다. 짝꿍과, 가족과, 친구들과, 학교에서, 커뮤니티에서, 클럽에서, 우리 모두 ‘안전하게’ 거리를 두며 함께 연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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