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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삶과 죽음의 대결 속에서, 코트디부아르의 탈춤 ‘자울리(Zaouli)’

삶과 죽음의 대결 속에서
울 것인가 웃을 것인가

코트디부아르의 탈춤 ‘자울리(Zaouli)’  

“’자울리’는 슬픔을 뜻하는 탈이 아니에요. 기쁨의 탈, 여성을 위한 탈이죠. 자울리의 환희는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삶과 대화하기 위해 만들어 진 탈이죠.” ? 사후 비 보티(Sahou Bi Botty), 조각가


불상처럼 내리감은 눈과 얇게 지은 미소, 그리고 샛노란 얼굴. 동그랗게 그린 반달눈썹과 날쌘 턱을 가진 이 작은 얼굴 옆에는 놀랍게도 두 마리의 뱀이 입을 벌린 채 앉아 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정면을 고요히 응시하는 검은 물소가 있다. 이 기묘한 조합의 탈은 얼굴에서 끝나지 않고 온 몸을 감싼다. 형형색색의 실로 짠 옷을 몸에 딱 붙여 입고, 허리와 손, 발목엔 작은 벨들과 색색 깔의 술들이 달려 있다. 그리고 꽤 현대적인 패션센스다.

오늘의 춤은 ‘자울리’, 코트디부아르의 춤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춤이다. 코트디부아르 중앙부에 위치한 ‘구로(Guro)’ 또는 ‘궤니(Kweni)’라 불리는 민족의 문화다. 한국의 ‘강강술래’처럼 2017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아프리카 문화권의 탈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닌 사람과 공동체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물체로 여겨진다. 탈을 쓰고 춤을 추거나 음악을 연주하며 마을 내 큰 판이 열리는 행위는 생활과 밀접했다. ‘자울리’ 역시 다른 탈춤과 비슷하게 장례식과 다양한 마을 잔치에서 즐겨 볼 수 있었다.

‘자울리’는 얼굴부터 온 몸을 감싸는 탈부터 리듬과 춤 모두를 일컫는다. 이 춤을 본 사람들은 쉽게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탈에 대해 전해오는 이야기에는 구로 민족이 오랫동안 전승해온 세계관이 담겨 있다. 총 7개의 가면이 있고, 전해오는 이야기는 구전에 따라 다양하지만,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 바로 ‘젤라의 딸, 자울리’,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은 아주 아름다운 딸의 이야기다.

구로 민족의 뛰어난 조각가 ‘사후 비 보티(Sahou Bi Botty)’가 구전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쟈(Zah)는 ‘젤라(Djela)’의 외동딸이다. 쟈는 마법을 부린 듯 몹시 아름다웠다. 마을과 마을 너머까지 쟈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모든 이들이 쟈의 아름다움을 칭송했다. 그러던 어느 날, 쟈는 갑작스럽게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예상치 못했던 딸의 병사로 아버지 ‘젤라’는 깊은 절망에 빠진다. 그는 마을들을 떠돌아다니며 쟈의 죽음을 전했다. 소식을 들은 모두, 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고통스러워했다. 그녀의 장례 역시 마을 전체의 애통한 눈물 속에서 치러졌다. 장례가 끝났어도, 젤라는 마을에서 딸과 나이가 비슷한 여자 아이들을 볼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사냥을 할 때도, 마을에 있을 때도, 멀리 시골로 떠날 때도, 그는 갑자기 죽은 딸을 잊을 수가 없었다.

어느 날이었다. 젤라는 사냥을 떠나는 길이었다. 그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슬픔에 잠겨 주저 앉아버렸다. 갑자기 터진 눈물은 멈출 줄을 몰랐다. 너무 울고 있느라, 어느덧 한 마리의 뱀이 자신에게 다가온 줄도 몰랐다. 그 뱀은 ‘쟈’의 영혼이었다. 뱀의 모습으로 나타난 ‘쟈’는 아버지를 위로했다. 그래도 눈물을 멈추지 않는 아버지를 위해, 뱀은 ‘쟈’의 얼굴을 한 일곱 개의 가면을 토해낸다. 그리고 이 가면들은 꼭 춤춰져야 한다고 말하며, 춤의 리듬들을 보여줬다. 젤라는 이 가면을 마을로 가지고 와, 뱀의 말을 알렸다. 이 춤은 ‘젤라 루 자울리(Djela lou Zaouli)’ 즉, ‘젤라의 딸, 자울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바로 지금의 ‘자울리’ 춤이다.”



‘자울리’는 갑자기 죽은 딸과 그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한 춤이다. 뱀이 뱉은 일곱 개의 가면은 모두 ‘쟈’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각기 다른 이름과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 중 독특한 점은 미소를 띤 여자 얼굴과 뱀, 그리고 새가 함께 있다는 거다. 슬픔에 빠진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쟈’의 얼굴은 미소를 띤 얼굴로 만든 것일까? 그렇다면 뱀과 새는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왜 가면의 개수는 일곱 개일까.

딸과 뱀, 새의 형상을 가면으로 함께 조각한 데엔 ‘추모’를 넘어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구로 민족의 관점이 담겨 있다. 둥글게 몸을 만 뱀의 형상은 시작과 끝이 맞물려 있는, 즉 삶과 죽음이 돌고 도는 ‘순환’의 상징이다. 뱀에게 잡아먹히는 새가 가면 속에서 아무런 긴장 없이 앉아있는 모습, 그리고 미소를 띠며 돌아온 딸의 얼굴은 현실을 떠난 신의 세계, 절대 평화의 사후 세계를 뜻한다. 그리고 숫자 7은 구로 민족에게 ‘온전함, 완전함’을 뜻하는 숫자라 한다. 뱀은 무지개와도 비유되는데, 무지개의 색깔 역시 7가지다. ‘자울리’ 가면에는 세상의 모든 것은 끝없이 순환되며, 신의 세계를 현실에서 재현하고, 직접 대화하는 방식이 담겨 있다.

이 춤은 어떻게 춤춰질까? ‘신의 세계’를 그려내지만, 신성한 춤은 아니다. 즉, 누구나 이 탈을 쓰고 춤출 수 있는 대중적인 춤이다. 마을마다 ‘자울리 댄서’가 있고, 누가 이 춤을 누가 추는지 알 수 있다. 한국과 비슷하게 연주자와 춤꾼, 관객들이 동시에 만들어내는 ‘판’에서 펼쳐진다. 공동체 속에서 연희되고, 이 ‘판’과 함께 공동체 의식 또한 함께 발전되어 왔다.

빠르게 쏟아지는 북소리와 함께 피리가 높이 울려 퍼진다. 댄서는 언제 나올까 관객들은 기다리며, 리듬과 멜로디가 만드는 분위기는 점점 화려해지고, 고조된다. 마침내 환호 속에 등장하는 자울리 댄서는 그야말로 이 판의 하이라이트다. 손으로 직접 짠 다양한 무늬의 천을 두른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다. 평화로운 가면과 반대로 댄서의 발은 어떤 춤보다도 재빠르게 땅에서 움직인다. 동동거리며 낮게 그리고 아주 빠르게 뛰는 동안 발에 달린 색색의 장식 술과 종소리가 사람들의 박수소리처럼 찰랑거린다.

춤은 두 세계를 오고 간다. 슬픔과 기쁨, 삶과 죽음이 그들의 몸짓과 연주 속에서 교차된다. 젤라의 딸 ‘쟈’는 ‘경쟁, 대회’, ‘우’는 ‘눈물’이라는 말과 같다고 한다. 즉 ‘자울리’ 춤은 ‘대결에서 흐르는 눈물’이란 뜻도 담겨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빠르게 땅으로 쏟아지는 발동작, 자울리 춤의 가장 큰 특징인 이 동작은 딸을 잃은 아버지의 끊임없는 눈물과 비유되기도 한다. 기쁨과 슬픔, 삶과 죽음은 끝없이 엎치락뒤치락 하며 지금 살아있는 ‘현재’를 구성한다. ‘자울리’를 만든 이들은 이 전쟁 같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결국에는 우리가 함께 웃을 수 있기를,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보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글] THE ZAHOULI: A TRANSTEXTUAL AND TRANSCULTURAL ELEMENT, TOUOUI BI IRIE ERNEST
[위키피디아] Zaouli
[유네스코] 자울리, 코트디부아르 구로 공동체의 대중음악과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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