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몿지니의 꾸러미

[몿지니의 꾸러미] ‘춤과 공간’ 편


‘몿지니의 꾸러미’는 매월 하나의 주제로 <몿진>을 기획하고 글감을 구성하면서, 몿지니들이 영감을 받았던 재료들을 한데 모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이번 19호는 ‘춤과 공간’을 테마로 보코와 소영이 채집한 꾸러미를 풀어봅니다. 보코의 꾸러미는 춤을 새로운 공간으로, 물 속으로, 무중력으로, 숲으로 이끈 이들의 단편작과 영상입니다. 소영의 꾸러미는 올해 1월 제주도 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마음을 담아, 제주에 간다면 꼭 가고 싶은 춤 창작 공간을 소개합니다.


AMA (by Julie Gautier)

AMA – a short film by Julie Gautier


한 여성이 어둠 속 쏟아지는 물줄기 한 가운데에 서 있다. 화면이 바뀌자 그는 이제 환한 빛이 반사되는 깊은 물 속 바닥에 모로 누워있다. 서서히 몸을 일으켜 움직인다. 이 여성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큰 고통을 모두와 공유하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I wanted to share my biggest pain in this life with this film). 그러나 너무 무겁게 전해지지 않기를 바라며 땅 위 대신 물 속 깊이 들어갔다. 수중 영상 감독이자 다이버인 줄리 고티에(Julie Gautie)의 단편작이다. 그는 이 작품을 세계의 모든 여성들에게 바친다고 밝히며 국제여성의날 발표했다. 프랑스 안무가 오펠리에 롱게(Ophélie Longuet)가 안무에 참여했으며, 타이틀 ‘AMA(あま)’는 일본의 해녀를 뜻한다. 숨을 오래 머금고 있었을 커다란 거품을 보며 고통을 철저하고도 우아하게 마주하는 법에 대해, 차분히 숨을 쉬는 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Making Of “Ama”

Making of “AMA”, a film by Julie Gautie


물 속 깊은 곳에서 유영하듯 춤을 춘다. 무용수가 만들어내는 움직임과 이동이 춤이 그리는 선과 속도를 시시각각 간접 체험하면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러다 6분이 지나면 나도 모르게 참고 있던 숨을 몰아 내쉬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대체 이걸 어떻게 기록했을까. 그래서 찾아본 메이킹 영상이다. 실제 촬영은 세계에서 수심이 가장 깊다고 알려진 이탈리아의 수심 40m 수영장에서 진행되었다고 한다. 세계 곳곳에서 심지어 물 속에서도 상영되는 장면은 본 작품 못지 않게 눈을 뗄 수 없을만큼 아름답다.

BANDALOOP Takes Flight in Boston

BANDALOOP Takes Flight in Boston


커다란 유리창에 하늘이 비친다. 반사된 하늘 위에 무용수들이 몸에 줄을 감싸고 서 있다. 건물의 유리창은 어느새 무대가 된다. 하늘을 밟고, 하늘을 곁에 두고, 무용수들은 허공에서 춤을 춘다. Bandaloop라는 댄스 컴퍼니의 공연 영상이다. 이들은 건물 외벽에서, 절벽에서, 산 위에서 춤을 춘다. 근사한 방법으로 새로운 공간을 무대로 삼는다. 춤을 추는 동안 중력과 맺는 관계는 달라진다. 누군가에겐 위험하고 무모한 도전처럼 보일 수 있는 이 춤을 이들은 죽음을 사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확신하기 위해서 춘다고 말한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정신과 용기,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축하하기 위해서.

A Woman Dances in the Forest and No One is There to See It

A Woman Dances in the Forest and No One is There to See It


제목이 재밌다. ‘숲에서 춤추는 여자 그리고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정도 되려나. 영상 구도는 변화가 전혀 없다. 한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나뭇잎이 가끔가다 흔들린다. 슬그머니 한 여자가 나타나 춤을 추다 사라진다. 음악도 없다. 새 소리나 바람 소리가 들릴 뿐이다. 무슨 춤인지도 모르겠고 춤추는 이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아주 간결하고 고요한 방식으로 우리를 숲으로, 숲에서 춤추는 여자에게로 이끈다. 어느새 나는 아무도 없는 숲에서 춤을 추는 여자가 되어 있다. 짧은 명상을 마친 기분이다.

제주도 – 스튜디오 무밭(Radish Field)

춤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한번쯤은 들어보았거나 가보았을 공간 ‘스튜디오 무밭’. 한번 들으면 절대 까먹지 못할 이름이다. 커다란 창으로 햇빛이 가득 들어오며, 마룻바닥에 춤추는 몸들이 뛰고 구르고 몸을 의지하며 눕는다. 올 여름 ‘춤추는 섬’이란 워크숍이 3주간 열린 이 곳. 인스타그램으로 피드를 넘겨보다, 코로나 공황 속 서울과 달리 몸과 마음 모두 평화롭게 웃음터뜨리는 이들의 모습이 너무 부러웠달까. 제주 동쪽 삼달리 마을에 자리잡은 곳으로, 무용가 ‘바리나모’팀 이 운영하고 있다. 몸의 기본 체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과 타인의 몸, 움직임을 경험해보는 워크숍 등이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소식이 궁금한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을 확인해보자! https://www.instagram.com/radish_field/

제주도 – 서귀포 문화예술공간 아이(Aie)

서귀포시 강정동에 위치한 문화예술공간 ‘아이’는 제주로 이주한 ‘곽고은’ 무용가가 운영하는 창작공간이다. 2층에 위치해 통유리로 된 벽에서 햇빛을 온 몸으로 받을 수 있고, 한라산의 백록담도 눈으로 볼 수 있다. ‘Art in everyone’의 축어이면서, 나이가 어린 사람을 뜻하는 말이기도 한 ‘Aie’는 직접 아이를 기르면서 아이 그 자체가 예술가라는 걸 발견했다고 말하는 무용가의 시선이 담겨있다. 아이와 어른 모두 함께 예술로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꿈꾸고 있다.

제주도 – 상가리 제주문화곳간 마루

2019년 5월 개관한 ‘상가리 제주문화곳간 마루’는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마을 내 공간을 무용예술스튜디오로 보수했고,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무용가들의 작업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곳간에서 인심나듯, 이 안정적인 공간을 통해 제주를 사랑하는 춤들이 더욱 풍성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무용연습실과 다락방, 전시관, 샤워실 등으로 구성되어 숙박하며 머무를 수도 있다.

홈페이지 : http://maru.dcdcenter.or.kr/es_bh2/?r=jeju&mod=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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