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영의 아프리카 만딩고 춤 안내서

차이는 타인과 마주했을 때만 아름답다 – 아프리카 현대무용(하)


SALIA SANOU & ARIRY ANDRIAMORATSIRESY (photo by Antoine tempe)



새로운 안무적 만남과 발전,
차이는 타인과 마주했을 때만 아름답다” 살리아 사누(Salia Sanou) 



이 안내서의 시작은 ‘아프리카 댄스’란 용어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아프리카 대륙 내 다양성, 삶을 구성하는 문화와 독창적인 예술표현, 고전과 실험 등이 모두 한데 뭉쳐진 이 말. 도대체 어떤 용어가 옳은 표현이며 번역일까는 오랫동안 내게 큰 화두였다. 대부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쓰여진 현대무용 관련 책들 사이에, 부르키나파소 안무가 ‘살리아 사누’는 그의 책 ‘아프리카 현대무용’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냈다. 제르멘 아코니로부터 시작한 ‘아프리카 현대무용’의 마지막 이야기는 부르키나파소 안무가 ‘살리아 사누(Salia Sanou)’의 책을 중심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서문을 쓴 프랑스 무용비평가 도미니크 프레타드(Dominique Fretard)는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한다. 

“살리아 사누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한 이 책은 바로 그걸 원했다. 수사본이 출판사에 도착했고 강인함과 통찰력으로 우릴 흔들었다. 시간을 다시 되돌리는 자긍심의 책이자, 아프리카 대륙이  마치 세계화에서 뒤떨어졌다며 자신들의 문화적 잣대로 평가하는, 아프리카에 발 한번 들여 놓지않았던 소위 전문가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현대무용(Afrique Danse Contemporaine)’이란 책 제목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 프랑스어로 ‘Afrique’은 아프리카 대륙을 뜻하는 명사다. 제르멘 아코니로부터 춤을 배운 세대에 속하는 살리아는 ‘아프리카의’라는 형용사를 ‘춤’에서 떼어낸다. 


그는 현대무용을 ‘다르게 춤추기’로 간단히 정의한다. 그의 일 역시 다른 모든 곳에 있을 ‘춤추는 이’들의 질문을 이어가는 것일 뿐이라 하면서. ‘아프로-현대무용’, ‘아프리카 창작무용’, ‘현대 아프리카 무용’ 등 ‘아프리카’라는 이름이 수식된 다양한 용어의 학술적 논쟁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그의 책은 서문에서도 밝히듯이 ‘이국의 정서와 미국 흑인들과의 춤 변화를 비교하는 개론서’가 아니다. 


그는 ‘유럽에서 사용되지 않는’ 말과 설명으로 자신의 움직임은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지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100명의 안무가를 만난다면, 100개의 다른 사실을 만나게 될 것이라며, 당시 가장 대표적인 활동을 보인 아프리카 대륙 곳곳의 안무가 8명의 이야기와 작품들을 책에 담았다. 예술가들은 맹렬히 각기 다른 빛을 뿜어낸다. 국가와 사회, 문화적 상황에 따라 달라진 경로와, 이를 통해 도달한 지금의 예술, 심연에 자리잡은 생각들이 주요 내용이다. 

Salia Sanou (homepage)



살리아는 보보디울라소에서 10km 떨어진 작은 마을 ‘레게마(Leguema)’에서 태어났다. 10대 중반까지 그는 수탉의 울음 소리, 바가지에 물을 붓고, 절구를 찧는 소리, 아침을 열고 밤을 닫는 일상 속 움직임과 리듬 속에 둘러싸여 있었다. 소녀소년들은 놀이와 싸움 속에서 자연스럽게 춤과 리듬을 익혔다. 그의 할아버지 ‘바바 수로’는 최고의 이야기꾼이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된 아주 오래된 이야기들을 매일 밤 화롯가에서 즉흥 연기와 노래, 춤을 곁들이며 들려줬다. 종합예술같은 콩트 속에서 끝없는 상상들을 펼칠 수 있었다. 또, 보보민족의 다양한 축제와 의례들을 겪으며 과거 선조들의 정신적 유산을 만났다. 삶의 희노애락을 움직임과 리듬으로 표현하고 기록해온 그의 문화는 다른 교육과 비교할 수 없이 풍요로운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이야기할 이 ‘만남’들이 없었더라면 지금 예술가로서의 그도, 이 책도 없었을 것이다. 사실 살리아는 댄서가 아닌 형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던 중이었다. 부르키나파소를 방문한 프랑스 무용가 마틸드 모니에를 만나 작품에 참여하며, 인생의 항로를 바꾸게 된다. 서로 다른 문화와 예술의 방식을 만나며 그는 새로운 창조적 열망에 눈을 뜬다. 


그리고 80년대 말, 제르멘 아코니와 알폰소 티에루 등의 무용가들이 아프리카 전통춤들의 공통점을 연구하고 연결짓는 이론들을 책으로 발표하기 시작했고, 이는 아프리카 현대무용의 국제적 진출의 장이 되는 대회 ‘아프리카와 인도양의 안무적 만남(Les Rencontres chorégraphiques de l’Afrique et de l’océan)’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모인 아프리카 각국의 무용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서로를 발견하며, 창의성을 경쟁했다.


‘아프리카아 인도양의 안무적 만남’의 첫 회는 1995년 앙골라에서 열렸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앙골라에서 아프리카의 비통한 현실과 문화적 위치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 이 ‘안무적 만남’은 그 이후로도 마다가스카르, 튀니지, 프랑스, 부르키나파소, 말리 등으로 개최국을 바꾸며 이어졌다. 이 행사로 사람들은 문화와 춤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가질 수 있었다. 또, 아프리카 국가들 뿐만 아니라 세계도 뛰어난 아프리카의 무용가들을 발견하는 기회가 됐다. 


살리아는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그의 작업을 ‘아프리카 현대 무용’이라고 심사위원들에게 소개한다. 동료 세이두 보로(Seydou Boro)와 공동창작한 ‘미친 이들의 시대’란 작품은 첫 회에서 심사위원상을 탄다. 두 번째 대회에서도 상을 거머쥐며, 매 행사 속에서 그는 참여자에서 점점 이 대회의 심사위원, 예술감독으로 성장해간다. 그는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예술감독을 맡으며, 서구 중심의 ‘현대무용’이라는 학술 용어 속에서 이 축제가 단순히 서구를 모방한다는 오해를 바꾸기 위해 교육에 더 집중한 축제로 변화시켰다. (현재 이 대회는 ‘Danse L’afrique Danse’라는 축제로 이름이 변경되어 3년마다 열리고 있다. 2020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연기되었다)


CDC La Termitiere studio



살리아는 국제적 성공을 겪으며, 자신이 중요하게 지켜가야 할 것과 사람들과 나눠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새로운 창작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부르키나파소의 젊은 무용가들을 지원하는 일이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발전되어, 2006년 동료 세이두 보로(Seydou Boro)와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에 ‘안무 발전 센터(Choreographic Development Center)’를 설립한다. 이 두 예술가는 국가의 지원을 기대하지 않고, 그들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젊은 세대들에게 문을 열었다. 민간 최초의 시도였다. 그리고 2년마다 ‘몸의 대화(Dialogues de Corps)’란 이름의 무용축제도 열기 시작했다. 센터를 중심으로 젊은 댄서들은 자신의 창작 과정을 중견 안무가들에게 공유하고, 의견을 주고 받으며 자신의 작품을 발전시켜 갔다. 그리고 축제를 통해 최초의 작품을 발표하고, 국제적인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다. 이 모두가 지금까지 부르키나파소의 댄서들에겐 무상으로 지원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문화와 예술은 그 나라의 경제적 발전과 함께 비교되며, ‘덜 발전된 또는 원초적인’ 상태로 인식되곤 했다. 살리아에게 ‘현대무용’은 갑자기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뚝 떨어진 예술이 아니었다. 그는 전통춤에도 현대무용과 같이 몸과 정신의 해방을 말하고, 독창적인 표현에 대한 욕망이 있다고 말한다. 전통적으로 예술은 아프리카 사회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왔다. ‘그리오’ 문화와 같이 예술가의 역할은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를 주거나 현실을 비추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었다. 그가 현대무용수로서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 그는 자신의 일을 ‘춤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질문하고, 지금 당면한 현실과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창조적인 일’로서 인식했다. 춤은 사회적이며 정치적인 행위로, 예술가가 된다는 건 누구보다 먼저 사회를 ‘경청하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차이는 타인과 마주했을 때만 아름답다.’ 만남은 서로 뺏고 뺏기는 게 아닌, 누군가와 오랫동안 눈을 맞추는 일이었다. 우리 모두는 서로 뗄레야 뗄 수 없이 연결된 한 세계의 테두리 안에 속하지만, 그 어느 하나 같은 경험과 해석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춤추는 것을 확인하는 건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그는 말한다. 차이 없는 다양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대면을 결심하는 건 서로를 여는 행위이며, 만남을 나누고, 서로를 지켜보고, 또 지켜보는 걸 놔두는 것이기도 하다고. 

Germaine Acogny & Salia Sanou ( Multiple-s , 2020)

나 또한 그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마주할 수 있었고, 계속해서 이 모험을 이어가보고자 한다. 현재 2021년 2월, ‘줌 웨비나’ 형식으로 살리아 사누와 직접 대화하며, 그의 작품과 예술세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개적인 만남을 준비중에 있다. 아프리카의 현대무용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거나,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모두 그와의 만남을 놓치지 말기를! 지금까지 이 안내서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만딩고 춤과 아프리카 현대무용에 대해 연구하고 창작해온 예술가 분들께 감사드린다. 감사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안무가 8명은 모로코의 Taoufiq Izeddiou, Hind Benali, 케냐의 Opiyo Okach, 마다가스카르의 Ariry Andriamoratsiresy, 부르키나파소의 Serge Aime Coulibaly,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Vincent Sekwati Koko Mantsoe, Robyn Orlin, 말리/아이티의 Kettly Noel 이다. 

참고자료 :
책 <Afrique Dance Contemporaine>, 저자 살리아 사누
– 한국어로 번역을 해주신 ‘디올 사(Dior Sa)’에게도 감사드립니다.
홈페이지 www.saliasano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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