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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 바지 입는 팔로워를 위하여

스윙 초보의 스윙 일기 – 바지 입는 팔로워를 위하여


  

나는 매주 일요일 스윙 댄스 동호회에서 스윙 댄스를 배우고 있다. 스윙 댄스는 기본적으로 두 명이 짝지어 추는 춤이고, 리더와 팔로워라는 역할이 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리더는 남자이고 팔로워는 여자이다.

  

연습이나 강습 때에는 대부분 편한 옷을 입지만, 공연을 할 때에는 빈티지한 분위기의 옷을 자주 입는다. 남성은 셔츠에 통 넓은 팬츠, 여성은 나풀거리는 치마나 원피스를 입는 것이 전형화된 의상이란다. 특히 팔로워의 경우 회전을 하는 동작이 많기 때문에 나풀거리는 치마를 입으면 동작이 더욱 그럴 듯 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나와 스윙 댄스의 충돌은 바로 이 지점에서 생긴다.

  

나는 될수록이면 치마를 입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사실 치마는 바지보다 활동하기가 훨씬 불편하다. 한 때는 치마가 편하다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치마를 입고서는 계단을 성큼성큼 오르내릴 수도 없고, 다리를 쩍벌려 앉을 수도 없다. 긴 치마를 입으면 치마자락이 바닥에 끌리지 않을까 항상 신경 써야 한다. 바닥에 앉을 때에는 인어공주 자세나 무릎을 꿇고 앉아야 한다.

  

그러니 치마를 입으면 내가 본래 지닌 성격과 의도와는 상관 없이 절로 조신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치마를 입은 여성과 그 아름다움에 보내는 찬사는 조신함에 대한 은밀한 강요이기도 하다. 이것이 기능의 문제를 차지하고서라도 치마 입기를 경계해야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생각으로 치마를 입지 않기로 결심한 나는, 스윙 댄스를 추러 갈 때마다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동호회에 오는 팔로워들 중 열의 아홉은 치마를 입고 오기 때문이다. 한 명의 복장은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지만, 구성원의 대다수가 같은 복장을 갖춘다면 그것은 단체의 성격을 반영하는 점에서 팔로워들이 입고 오는 치마는 스윙 댄스 동호회의 성격을 규정한다.

  

사실 공연할 때 예뻐보인다는 점을 제외하고, 춤을 출 때 굳이 치마를 입을 필요는 없어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은 모두 치마를 입고 온다. 몇몇에게 물어보면, 치마가 예뻐서, 치마가 편해서, 치마를 입고 추는 춤이니까, 원래 치마를 입으니까 등의 답변이 돌아온다. 그리고 그 답변은 일상 생활에서 치마를 입게 되는 이유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자라서, 아름다워보여서 치마를 입고 춤을 춘다.

  

유독 스윙 댄스와 같은 소셜 댄스에서 전형화된 여성성과 남성성이 강조되고는 한다(심지어 그나마 스윙댄스가 덜한 편이라고 들었다). 춤을 이끌어 가는 것은 남성, 동작이나 의상에서 춤이 아름다워 보이게끔 하는 것은 여성의 몫이다. 스윙 댄스가 탄생한 백년 전에는 이 공식이 먹혔을지 몰라도 내가 사는 시대의 춤은 성별 역할에서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바지를 입고 춤추는 팔뤄, 리더 역할을 하는 여성이 많아진다면 그 전형성이 깨질 수 있을까.

  

스윙 초보는 오늘도 스텝을 밟으며 꿈을 꾼다.






효선
/ 함께 춤추고 노래하면 내일의 우린 조금 더 행복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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