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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머리와 입이 큰 사나이, 파콜리 – 만데전래동화집

옛날 옛적에, 키는 아주 작고 머리와 입이 아주 큰 사나이가 살고 있었어. 머리가 아주 커서 자랑스러웠고, 입이 아주 커서 그가 뱉은 말은 바람에도 사라지지 않았지. 이 남자의 이름은 파콜리(Fakoli). 사람들은 그를 파콜리다바, 파콜리쿤바, 잠잠콜리란 이름으로 불렀어. 


파콜리는 용감하고 힘도 세고 재치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마술을 부릴 수 있는 힘이 있었어. 하루는 모자에 서른 세 개의 독수리 머리뼈를, 어깨엔 서른 세 개의 사자 가죽을 메고 나타났지. 보통 사람이 아니었던 거야. 그도 그럴것이, 이 남자의 삼촌은 철의 나라 소쏘 왕국의 왕이었는데, 삼촌도 강력한 마법을 부리는 자였어. 파콜리는 삼촌을 도와 소쏘 왕국이 저 바다까지 땅을 넓히는 데 큰 힘이 될 거란 운명을 갖고 태어났지. 


파콜리의 삼촌, 소쏘의 왕, 수마오로 칸테(Soumaoro Kante)는 단순한 돌멩이를 아주 단단한 철로 바꾸어 내는 비법을 알고 있었어. 철의 나라 소쏘는 점점 더 힘을 갖게 되었지. 삼촌은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이웃 왕국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어. 나라를 키우는 데 위협이 되는 사람들은 모두 없애려고 했지. 무려 아홉 개의 왕국들이 무너졌어. 단단한 철로 무장한 데다 마법까지 부리는 그의 군대를 누가 당해낼 수 있었겠어.


수마오로에게 나라를 빼앗긴 이들은 이제 하나 남은 유일한 희망, 만데 민족의 둘째 왕자, 순디아타 케이타(Soundiata Keita)를 찾아갔어. 순디아타는 원래 왕이 돼야 했는데, 형에게 왕 자리를 뺏기고, 어머니와 도망쳐 나와 여기저기를 떠돌고 있었지. 순디아타는 이웃 작은 왕국들과 힘을 합쳐 그와의 싸움을 준비하기 시작했어. 


순디아타는 수마오로보다 마법의 힘은 없었지만, 그의 옆에는 아주 특별한 존재가 있었어.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현명한 말을 해주고, 용기를 내야 할 때 두려움을 이길 수 있도록 노래를 부르는 자였지.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만데 왕국에선 ‘젤리(Jeli)’라고 불렀어. 그리고 젤리는 만데 왕국에만 있었지. 수마오로에겐 없고, 순디아타에게 있는 건 바로 젤리, 순디아타의 젤리, 지혜로운 조언자, 발라 파세케 쿠야테(Bala Faseke Kouyate)였어.


그날은 순디아타와 수마오로가 네 번째 전투를 준비하는 어느 밤이었어. 이미 순디아타는 세 번의 싸움에 모두 지고, 소중한 동료들을 여럿 잃은 상황이었어. 작전을 짜는 천막 안은 두려움에 고요해졌지. 순디아타의 젤리, 발라 파세케는 순디아타를 위해 노래 ‘장조(Janjon)’를 부르기 시작했어. 장조는 전투 앞에서 모두가 겪을 두려움, 그리고 그 두려움을 이겨낸 승리에 대한 노래지. 아무에게나 부르지 않고, 아주 큰 두려움을 이겨내고 큰 승리를 이끌어낸 사람에게만 부르는 매우 특별한 노래였어. 


적 앞에서 웃음을, 
하지만 싸움을 끝내지 마십시오
적을 즐겁게 하라, 
하지만 적의를 거두지 마십시오
나는 당신에게 인사를 하네, 오, 거대한 두려움이여 
이 싸움의 밤 앞에서 
순디아타가 장조를 춤추네 
돌진하는 적들 앞에서 
만데의 땅 위에서 
나는 당신에게 인사를 하네, 오 승리자여 
이 싸움의 밤 앞에서 


그런데 갑자기, 노래를 끊고 한 남자가 천막 안으로 불쑥 들어왔어. 바로 파콜리였어. 문에 머리가 닿을까 고개를 숙이자, 사람들이 웃었어. 

“오, 키가 작은 이방인이군.” 
하고 발라 파세케가 말했어. 

“만데에서 가장 키가 큰 남자도 고개 숙이지 않고 여기 들어올 수 있지.” 
더 이야기하려는 발라 파세케의 말을 끊고, 순디아타는 파콜리에게 물었어.

“파콜리쿤바, 파콜리다바, 여기에 온 당신의 뜻은 이해했소. 하지만, 우리가 당신을 받아들이기 전에 이 질문을 꼭 해야겠소. 왜 당신의 삼촌을 저버리고, 우리에게 온 것이요?”

“다 알면서 왜 묻는 것이요?” 
하고 파콜리는 갑자기 천막 밖으로 나갔다가, 처음 온 사람처럼 다시 들어왔어. 

순디아타는 파콜리가 스스로 여기에 왔다는 사실에 놀라 일어서며, 성의를 다해 자신의 경솔한 말을 사과했어.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지. 

파콜리는 왜 그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승승장구하는 삼촌 곁에 있지 않고, 싸움에 연달아 지고 있는 순디아타를 제 발로 찾아온 걸까? 파콜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새로운 왕의 자리를 탐낸 걸까? 놀랍게도 그가 요구한 것은 바로 젤리의 노래 ‘장조’였어. 발라 파세케가 순디아타를 위해 부르는 노래를 오직 자신을 위해서만 불러 달라고, 자신이 원하는 건 오직 그것뿐이라 말했어. 

“만데에서 이 노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한 위대한 일에 대해 바치는 노래이지요. 우리의 관습을 당신을 위해 깰 수는 없는 법이지요.” 하고 발라 파세케가 답했지.

그러자 머리와 입이 아주 큰 이 사나이가 천장이 흔들릴 만큼 크게 웃었어. 
“항상 위대한 일들, 언제나 위대한 일들..”
그는 빈정거리며 이 말을 되뇌였어. 


그리곤 발라 파세케는 파콜리가 들어오며 끊겼던 음악을 계속 연주하기 시작했지. 고니의 현을 뜯는 소리가 점점 거세졌고, 천막 안의 모든 이들은 그들이 겪은 전쟁의 순간들을 눈앞에서 보는 것만 같았지. 후끈한 열기가 차오르며, 한둘씩 땀을 흘리거나, 머리에 손을 대며,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어. 순디아타는 동생의 눈물을 보자, 노래를 멈추길 부탁했지. 침묵이 무겁게 내려앉았어. 한 사람이 침묵을 깨고, 지금까지 세 번의 전투를 치르며 우리가 얼마나 함께 단결하게 되었는지, 하지만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지, 수망오로의 오른팔과 같은 장군이 한 번에 4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이야기를 했어. 갑자기 어둠 속에서 웃음 하나가 터져 나왔고, 불타는 눈을 한 이가 순디아타를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

“그자는 악마지!”하고 파콜리는 웃음을 멈추지 않으며 말했어. 

“나, 잠잠콜리, 캉쿠바 칸테의 아들은 내일 전투에서 그자를 처치하겠소.”하고 순디아타 앞에서 약속을 해. 또다시 천막은 침묵에 잠기며, 그의 말을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사람들은 고민했어. 

“파콜리, 말은 물과 같지요. 한번 쏟으면, 다시 담을 수 없지요. 이방인 당신을 위해 우리는 만데의 관습을 깨고, 당신의 말을 받아들이겠소.” 하고 순디아타는 그의 앞에서 말했어.

그리고 다음 날, 파콜리는 그가 한 말을 지켰고, 약속을 받기 위해 순디아타의 천막으로 왔어. 이제 장조 노래가 자신의 것이라 외치며 웃는 파콜리를 보며, 순디아타의 젤리는 그를 칭송하며 이렇게 말했어. 

“머리와 입이 아주 큰 사나이시여, 파콜리쿤바, 파콜리다바, 캉쿠바 칸테의 아들이시여, 당신의 승리를 축하합니다. 만데에서는 좋은 일엔 항상 행운이 함께 한다고 하지요.” 하며 의미심장하게 파콜리를 노려보았어. 

파콜리는 머리를 크게 흔들어대며 악마처럼 크게 웃었고, 별안간 천막 안으로 화살이 날아와 순디아타 옆에 꽂혔어. 순디아타는 다른 장군의 이름을 대며, 그를 꼭 처치해달라고 부탁하지. 

그리고 다음날, 파콜리는 순디아타가 말한 이를 잡아 와 그의 앞에 데려놓았어. 

“젤리 발라 파세케, 만데의 법을 가장 잘 아는 이여, 이제 이 노래는 나의 것인가?” 하고 젤리에게 물었지. 

“하나의 업적은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두 개의 업적은 생각해볼 만 하지요. 하지만 세 개는 되어야 과연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라고 발라 파세케가 답했어. 

그러자 파콜리는 문 쪽으로 걸어가 자신의 작달막한 몸을 거인처럼 쑥쑥 키우기 시작했어. 몸은 점점 커져서 큰 머리로 천장을 천천히 들어 올려 천막을 아주 뒤로 발라당 무너뜨리게 되었지.    

그제서야 순디아타는 세 가지 업적이 모두 완성되었다고 젤리에게 말하고, 파콜리가 다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는 동안 젤리 발라 파세케 쿠야테는 탄식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 


적 앞에서 웃음을, 
지만 싸움을 끝내지 마십시오
적을 즐겁게 하라, 
하지만 적의를 거두지 마십시오
나는 당신에게 인사를 하네, 오, 거대한 두려움이여 
이 싸움의 밤 앞에서 
파콜리가 장조를 춤추네 
돌진하는 적들 앞에서 
만데의 땅 위에서 
나는 당신에게 인사를 하네, 오 승리자여 
이 싸움의 밤 앞에서 


파클리에게 바치는 노래 장조(Janjon)



이후, 파콜리는 순디아타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수마오로의 군대를 물리치는 데 가장 큰 힘을 쓰게 돼. 순디아타는 이웃 왕국들과 모두가 서로를 침범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약속을 맺지. 그렇게 말리 제국이 만들어지고, 이곳에 잠시나마 평화가 찾아왔다는 이야기로 끝이 나. 지금까지 이 장조 노래는 파콜리를 위해 부른 노래로 남아 있어.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고, 무서울 것이 없었던 파콜리가 가장 원한 것은 황금도 나라도 아니요, 바로 젤리의 힘이었어. 아무리 자신이 위대한 이라도, 스스로 자신의 위대함을 노래하는 것만큼 우스운 일이 또 없지. 총이 싸움을 거부해도, 인간의 마음이 있는 곳에 싸움이 있듯, 세상에서 가장 강한 건 어쩌면 총도 아니요, 칼도 아니요,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였던 거지.

다음 화는 사랑을 돈을 주고 살 수 있으리라 믿었던 부자 상인 ‘마사니 시쎄(Masani Cisse)’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글 | 소영

참고자료 |
mandebala.net (Researcher : Todd Martin)
Diabate, Massa Makan. 1970. Janjon, et autres chants populaires du Mali. Paris: Présence Africa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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