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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중요한 건 연결, zoom 댄스 워크숍을 마치며 – 재난의 시대를 맞이한 우리들의 춤

“중요한 건 완벽함(perfection)보다 연결(connection)이니까요!” 어느 미국 요가 유튜버가 힘주어 말했다. 유튜브의 온갖 비대면 수업 준비 튜토리얼 영상을 보다가 우연히 마주친 최고의 한마디였다. 당시 나는 줌(Zoom)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댄스 워크숍 세팅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완벽하게 할 수 있을까를 궁리하고 있던 차였다. 캠코더나 DSLR, 핀 마이크 같이 전문적인 장비를 빌려야 하나. 구입하기엔 조금 부담스러운데. 그래. 중요한 건 ‘연결’이지. 그 말에 힘이 훅 솟았다.

매년 5월의 주말은 가족의 달로 야외 공연을 다니느라 바빴던 기억인데, 올해는 팬데믹 상황답게 각자의 자리에서 스크린으로 다양한 얼굴들을 만났다. ‘나의 리듬을 즐기자!(Enjoy my rhythm)란 이름의 댄스 워크숍을 5월 매주 토요일 오후 진행했다. 약 20~30명의 사람들이 줌에서 만나 한 시간 반 동안 춤추며 땀 흘렸다. 하지만 단순히 ‘춤’만 추기 위해 만들어진 워크숍은 아니었다. NGO단체 ‘기쁨나눔재단’과 ‘동두천 카톨릭센터 엑소더스(Exodus)’가 난민아동심리지원이란 목적으로 만든 프로젝트였다.

올해 초, 국내외 난민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이 두 단체는 동두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주민, 난민 공동체와 함께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것을 계획했다. 경기도 동두천시는 한국전쟁 시기부터 현재까지 미군 캠프가 주둔해오며, 다양한 인종과 문화에 익숙한 지역이다. 아프리카권 난민, 이주민들도 이 지역에 높은 비율로 자리 잡고 있다. 동두천의 의미 있는 공간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춤추는 영상을 통해 팬데믹 속 이주민의 삶을 말하며 한국 사회와 소통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다.

3월 중 동두천 이주민 커뮤니티와 직접 만나 뮤직비디오 안무 작업을 시작하려는 그때, 동두천 내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뉴스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커뮤니티 리더 절반이 양성 판정을 받거나 자가격리를 하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았다. 그렇게 모두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 달이 지나갔다.

4월, 이제 격리상황이 끝나고 다들 조금씩 일상을 되찾기 시작했지만, 직접 만나 춤 연습을 하거나 영상을 촬영하는 일을 이어가기엔 현재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고 활동가는 전했다. 동두천시는 인종차별이라 논란이 있었던 ‘외국인 선제검사’를 실시해 무증상이지만 양성 확정을 받은 외국인 비율이 높이 나왔고, 격리해제 후에도 거리와 사회에서 이주민들이 느끼는 시선은 안전하지 않았다.

그렇게 뮤직비디오는 다른 방식의 ‘연결’을 꾀하며 온라인 댄스 워크숍으로 이어졌다. 코로나 상황 속 답답한 몸과 마음을 춤으로 즐겁게 풀며, 이주민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는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4주 동안 우리는 ‘공간을 열기’, ‘나와 우리의 리듬’, ‘그루브’, ‘커뮤니케이션’의 주제로 만났다. 서로 다른 스크린과 인터넷 환경 속에서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더욱더 간단하고 쉬운 동작으로 구성했다. 동두천 이주민 커뮤니티를 포함해 오프라인보다 비대면 모임을 찾는 사람, 아프리카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 몸치지만 춤추고 싶은 사람, 집에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 등 다양하게 모였다. 어머니와 딸, 어린이집 선생님과 아이들, 반려동물과 함께 수업을 듣는 이들도 있었다. 

모두가 모두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에서 춤을 추는 일은 꽤 신기했다. 함께 춤춘다는 감각이 실제로 만났을 땐 공기를 통해 몸에서 몸으로 전해진다. 춤추는 몸들이 많을수록 몸을 둘러싼 공기도 그만큼 함께 춤추는 느낌이다. 줌에선 모두 춤추는 광경을 한눈에 담으면서 공감이 커진다고 할까. 듣고 보는 감각이 다른 감각보다 훨씬 중요해진다. 그래서 자연스레 진행하는 엠마의  ‘여러분 너무 좋아!’, ‘너무 잘해요!’ 등의 언어적 소통이 더욱 활발해졌다. 이에 호응하는 이들의 몸짓과 표정도 더욱 활발하게 변한다. 양손을 번쩍 들고 흔들고, 엉덩이를 씰룩거리기도 하고, 어린이들은 곧잘 점프하며 자신의 감정을 전했다. 마지막 주엔 각자 한 명씩 돌아가며 몸짓을 보이고, 이를 참여자 모두가 따라 춤추었는데, 그동안 쌓아온 개별적인 연결감이 우리 모두를 확 감싸는 따뜻한 느낌이었다.  

아들과 함께 워크숍에 참여한 아프리카계 이주민 한 분은 동두천의 이 커뮤니티는 사실 자신들을 위해서라기보다 한국에 국적 없이 태어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했다. 아이는 어머니의 언어보다 한국어를 훨씬 잘하고, 한국 음식과 문화에 더 익숙했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불안정한 체류자격으로 외국인 등록을 하지 못하고 출생신고도 하지 못해 ‘미등록’이 된 상태다. 한국 내 정당한 거주자로서 살 수 있는 방법이 현재 국내법에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보호자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삶을 살 수 있도록 자체적인 보호망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최소한의 보호망인 법도 이들을 보살피지 못할 때, 사람들과의 연결고리가 점점 옅어지는 상황에서 미등록의 어린이들과 그 가족들은 어떤 삶을 마주하고 있을까. 경제활동이 불안정해지며 보호자의 노동시간도 불규칙해진 지금, 어린이들은 예전의 삶보다 더욱 자주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상황을 겪고 있다. 코로나 상황 동안 점점 움직이는 반경이 좁아지고, 알고리즘이 알려주는 정보망에 쌓여 보고 싶은 것만 보기 쉬운 시대에 나는 내가 만나고 있는 세상이 얼마만큼 조그만 조각인가 생각하곤 했다. 첫 번째 시간엔 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그 아이, 하지만 마지막까지 꾸준히 어머니와 센터에 나와 함께 춤췄던 그 아이에게 이 만남은 어떻게 기억되었을까. 워크숍은 끝났지만,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우연히 마주한 이 ‘연결’에 계속 힘을 불어넣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싶다. 

*TIP – 최소한의 장비로 줌 댄스 워크숍 세팅하기 

이미 비대면 소통방식이 많이 익숙해져 모두가 알고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의 장비로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우리의 방법을 공유한다. 댄스 워크숍에서 중요한 건 소리와 조명이다. 진행자의 몸과 얼굴이 밝고 선명해야 하고, 그가 말하는 목소리가 울림 없이 잘 들리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사용한 장비는 아이폰과 에어팟, 노트북과 tv를 사용했다. 춤을 가르치는 진행자는 아이폰을 세로로 세팅해 몸 전체가 보일 수 있도록 했고, 에어팟으로 이어폰과 마이크를 대신했다. 잡음이 생길 것을 대비해, 로드(Rode)사의 와이어리스고(Wireless-Go)를 추가로 구매했다. 단, 함께 추가된 연결잭은 카메라용이고, 스마트폰과 연결할 땐 ‘스마트폰용 연결 4극 잭’이 별도로 필요하다. 아이폰에선 에어팟과 와이어리스고 마이크를 연결하는 순서에 따라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에어팟으로 전체 진행했다. 그리고 얼굴 높이에서 밝게 비춰줄 수 있는 원형 모양의 저렴한 조명도 구입했다. 

보조진행자는 노트북으로 음악을 공유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tv와 노트북을 hdmi잭으로 연결하여, 진행자는 수업동안  tv의 큰 스크린을 통해 전체 참여자들의 영상을 볼 수 있다. 음악을 공유할 때는 화면공유를 누르고, ‘컴퓨터 소리만 공유’를 선택하면 깨끗하게 음악만 모두에게 전송할 수 있다. 진행자와의 약 3초간의 시차는 발생한다. 진행자들이 같은 공간에 있을 경우, 서로의 소리가 섞이지 않도록 음소거를 선택-해제하며 말하는 방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줌 어플리케이션에서는 참여자가 말을 할 때, 그를 중심으로 전체화면이 바뀌는데 수업참여자라면 진행자의 화면을 전체화면으로 고정시킬 수 있다. 컴퓨터로는 진행자 화면의 ‘더 보기’를 클릭해 ‘핀고정’을 선택하고, 스마트폰으로는 진행자 화면을 더블클릭하면 자동 고정된다. 

중요한 건 ‘연결’인 것을 잊지 말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점점 경험을 쌓아가며 소리와 영상의 완벽함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이 내가 만난 거의 모든 비대면 수업 튜토리얼의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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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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