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춤추지 않으며 그러모은 문장들 – 춤추며 그러모은 문장들
26화. 춤추지 않으며 그러모은 문장들
지난 한 달간 전연 춤을 추지 않았다. 어디 관절에 금이 갔다거나 움직일 수 없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것도 아니었고, 나를 찾는 여행이라든가 재충전을 위한 휴가를 떠난 것도 아니었다. 개인 신변에 문제가 생길만한 거창한 사건도 없었다. 그저 더웠다. 그리고 답답했다. 기후 위기의 시대를, 재난의 시대를, 멸종과 멸망을 향해가는 시대를 통과하는 구성원으로서 책임은커녕 어떻게 직면해야 할지조차 막막했다.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기도 전에 가쁜 숨이 차올랐다. 마침 접종한 코로나 19 백신은 몸에 긴 흔적을 남겼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가랬다고 자체 춤 방학을 갖기로 했다.
대신 그동안 춤추며 모은 문장들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았다. 어쩐지 문장들의 말미는 경쾌하고 약간 교훈적으로 끝나 있었다. 그러니까 여러분 춤을 춥시다! 삶이 달라져요! 이렇게나 좋답디다! 느낌표 세 개가 꽝꽝꽝 강한 긍정의 확신을 담은 문장들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나는 지금 이렇게 묻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그러한가?
몸과 몸이 마주치기 힘든 비대면의 시대에 춤은 더 귀한 일이 되어간다. 아닌가. 모두 각자의 방구석에서 홀로 춤을 추고 촬영해 영상으로 공유하기 쉬운 시절이 되었으니 흔한 일이 된 것일까. 춤은 진보와 후퇴가 경합하는 최전선에서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예술 장르 같기도 하다. 춤으로 하나가 되어 덩실덩실 어우러지던 커다란 에너지는 어디로 갔는가. 어우렁더우렁 춤추는 동안 응축되어 있던 감정이 말갛게 씻겨 내려가던 경험이 마치 전생의 일만 같다.
춤을 추지 않았으니 춤추며 문장을 그러모으는 데에는 실패다. 살다 보면 어떤 날에는 선연히 실패를 인정하기도 해야 하는 법이다.
글 |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