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_침묵하지 않는 춤 ➅] 오롯_#위드유(권이은정, 김유진, 정혜미, 천샘) – “무용계 미투 이후, 남겨진 것들 (2)”
인터뷰 시리즈
[침묵하지 않는 춤 – 페미니즘으로 본 춤의 세계]
다양한 예술 영역에서 페미니즘적 관점과 사유가 확장되고 있다. 퀴어/여성 서사에 주목하는 문학, 페미니즘 연극제, 여성주의로 읽는 미술사 등 위계와 차별에 맞선 창작과 기록 활동이 활발해졌다. 이는 끝없이 이어진 문화예술계 미투, 성폭력과 가부장적 폐습을 지적하고 성찰을 요구해온 목소리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몸이 주요한 매체이자, 곧 주체이기도 한 춤의 세계는 어떨까? 2021년부터 이어진 ‘페미니즘으로 본 춤의 세계’라는 부제를 단 이번 인터뷰 시리즈에서는 성별, 장애, 나이, 외모, 성 정체성, 건강 상태, 사회적 신분 등과 관계없이 차이를 차별로 인식하지 않는 실천 윤리인 페미니즘을 중심에 두고 지금, 오늘의 춤을 살펴본다. ‘침묵하지 않는 춤’은 무용 담론에서 벌어져 왔던 위계와 배제의 구조를 확인하고, 수행적인 예술로서 춤추기를 멈추지 않은 이들에 관한 기록이다.
‘오롯 구성원들은 무용계 내 위계에 의한 성폭력 문제가 한 번에 뿌리 뽑힐 문제가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촘촘히 얽어매고 있는 교육 및 지원 제도, 스승과 제자로 맺어진 관계의 관성, 평생 몸에 새겨진 생활 습관 등 함정은 어디나 놓여 있습니다. 때문에 급히 가기보다 지속적으로 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1
급히 가기보다 지속적으로 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위드유’는 발을 뗐다. 많은 이들의 걸음이 모여야 하는 자리에 먼저 달려가 발자국을 냈다. ‘위드유’의 발자국을 보며 자신을 구해낼 용기를 발견할 이들에게 그들은 ‘먼저 걸어간 사람들’로 기억될 것이다. 무용계 미투 이후를 복기하는 ‘먼저 걸어간 사람들’의 대화를 듣는 동안,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용기의 뒷배가 되어준 것은 두려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겪었거나/겪게 될 일에 대한 두려움을 진하게 농축해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굳은 의지와 행동으로 바꿔낸 것이다. 두려움을 무시로 마주하며 나아가는 동안, 2차 가해와 백래시가 이리저리 어지럽게 널려있는 전쟁터 속에서 내상은 수시로 찾아왔다.
천샘 2심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스트레스가 쌓였는데 당시에 이야기하지 않았을 뿐, 몸의 충격을 입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안 되겠다 싶어서 1년 동안 컨디션을 회복 중이다. 아무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똑같이 싸우라고 말할 수 없다. 나만 그렇겠나. 지역도, 다른 연대체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요즘 드는 걱정은 만약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터진다면 누가 있을까. 그때 다시 누군가가 일어설 수 있을까. 지금 청할 수 있는 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여성으로서, 소수자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다해달라는 말 뿐이다.
김유진 그게 어렵다. 이 사건 말고도 ‘오롯’ 활동을 하는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연락을 받았다. 문제가 터지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니까. 몇 해 전,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피해자가 이상한 사람이었다’는 소문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때 ‘여러분 재판 유죄 나오면 이거 다 2차 가해다’라고 내가 말하니까, 대화가 멈추더라. 이런 일들이 선명하게 남는다. 연대 활동을 해온 사람들은 노골적인 적의를 계속 직면하게 된다. 피해자는 당연하고 연대자 역시도. 이건 일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문제이다. 이 이슈에 발을 딛는 순간, 계속 그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니까. 예를 들어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가 나를 잡아먹으려고 노려보는 걸 대기 상태로 견뎌야 하는 상황에 가깝다. 그런 강도의 적의를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다면, 이제는 실체를 느끼는 상태로 싸움을 해야 한다. 점차 백래시도 심해지는 상황에서, 이런 부분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천샘 적의의 성격도 굉장히 중요한데. 가령 전쟁이 벌어지면 네 편, 내 편 확실한데. 성폭력 사건의 가장 큰 특징은 그 적의를 가진 사람이 때때로 아군이다. 내 가족, 친구, 직장 동료. 연대자인 내가 이런 연대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을 때, 상대방이 뭘 그런 걸 하냐는 반응을 보이면서 하는 이야기가 거의 2차 가해 수준인 경우도 있다. 주류 시스템 안에서만 살아온 사람의 발언이라는 게 느껴질 때, 그러면 이 사람은 피해자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걸 깨닫는 순간 세계가 붕괴하게 된다. 설 곳이 없어지는 것이다.
‘오롯’ 활동가들이 경험한 물리적·심리적 소진은 예견된 수순과 다름없었다. 2022년 현재 ‘위드유’의 활동은 소강상태다. 여전히 활동가들을 찾는 연락에 개인적으로 가능한 만큼 호응하며, 공식적으로는 소진된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천샘 법정 소송이 1년이 넘게 진행되었다. 판결이 단순히 승리다, 이겼다, 라고 해석되는 데에 주저함이 있다. ‘다른 매체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이건 어느 세력(?)간 또는 세대 간의 싸움에서 누군가가 승리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범죄로 명시된 행위에 대해, 법원이라는 범법 행위를 판단하는 최고 기관에서 그 심각성을 판단하고 이에 합당한 엄정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 다만 이 위력에 의한 범죄 행위를 바라보는 경각심이 문화예술계 안에서 느슨했던 시기가 있었고, 더 이상 그러한 안일함은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본 사건을 통해 천명했다고 볼 수 있다. ‘위드유’는 지금 쉬고 있다. 여기에 시사하는 것들이 많다. 왜 우리가 쉬고 있을까. 번아웃이 왔기 때문이다. 앞에 선 사람과 뒤에 선 사람 각자 번아웃이 온 거다. 커다란 뿌리를 가진 구조 안에서 하나의 사건을 공론화해 사람들에게 환기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더 들어가야 하는 지점이 있다. 그런데 이건 소수의 사람이 할 수 없다. 단번에 고쳐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오롯’ 활동가들이 지역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와달라는 요청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인원이 한정되어 있어서 가끔은 아예 갈 수가 없다. 그만큼 적은 수의 인원이 돌아가며 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김유진 번아웃은 여러 가지를 재고하는 시점이 됐다. 소수의 사람이 왜 계속 소수에 머물러 있을까. 예를 들어 사회적인 이슈에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소수 정당의 지지율은 더 떨어지고 있는 걸까. 그럴 때 나는 왜 이 연대 활동을 하게 되었는지 질문해 보게 된다. 내가 찾은 답은 그 상황을 견딜 수 없었으니까. 나는 견딜 수 없어서 했는데, 사람들은 살만한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권이은정 한 줌밖에 안 되기 때문에 번아웃이 왔고, 결국 쉬게 되는 상황이 현재에 대한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무용인이 그렇게까지 실천적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앞선 예를 들어 성명은 900명이 넘게 연명했는데 방청에는 1%가 신청한 상황처럼. 성명에 연대할 때 자신의 이름이 가해자에게 드러난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참여한 사람도 있을 테고, 분명 압박을 느끼고 발을 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기엔 학습화된 무기력이 존재한다. 도제식 교육 안에서 나대면 안 되고, 이견을 내면 안 되는 환경에 익숙한 분위기가 있고. 본인이 겪어봐서 문제라는 건 아는데, 정작 총대는 내가 메기 싫고. 그런 문화는 소시민의 비겁함과 닮았다.
천샘 근데 사실 그런 이들 때문에 광범위한 침묵이 일어나는 거라, 그중 하나라도 움직이면 변화가 일어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늘 남는다.
권이은정 연대의 동력이 현장의 변화로 이어지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그걸 알아가는 게 우리의 목표일 것 같다. 이상적으로는 밑에서부터의 전환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오롯’의 활동이 잘 이뤄질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는 구성원의 대부분이 선배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중년 나이대로, 어느 정도 위치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모였다. 스스로는 소수라고 생각할지언정. 어떤 회의에서는 ‘오롯이 대세다, 다 해 먹는다’ 이런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들었다. 결국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합류하게 된 게 큰 것 같고. 굳이 희망을 찾는다면, 어느 정도를 이룬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서 후배를 구해줘야겠다는 움직임을 발견할 때다. 양심이 깨어 있는 윗세대의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야 변화가 도모될 테니까. 자연스럽게 교체가 이뤄지면 희망적일 것 같고, 그렇지 않으면 똑같이 되물림 될 것 같은데…너무 오래 걸릴 것 같다. 심지를 굳게 가지고 있다가 내가 그 자리가 되었을 때 문제를 반복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롯’의 구성원들은 한 번에 뿌리 뽑힐 문제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함정이 어디에나 놓여 있다는 사실도. 아무도 이 사건 하나로, 몇 년간의 활동으로 단박에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먼저 고민하고 행동한 이들의 발자국을 따라 다음 세대가 고민을 이어받으며 발자국이 넓어지길 바랐다. 그런 희망을 품고 뚜벅뚜벅 걸으며 흔적을 남겼다. 문제는 발자국을 확인할 뒷사람이 충분해지기 전, 앞서 걷던 이들이 고꾸라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손을 잡고 어깨를 나란히 걸어도 홀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 너무 무거워서.
권이은정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들이 고질적으로 경험하는 걸 ‘위드유’도 겪었다. 먼저 활동한 이들이 다 갈려 나간 다음에야 이후의 세대가 채워지는 수순. 그게 문제라는 걸 너무 잘 아는데 자원이 없다. ‘위드유’ 안에 방안을 모색하지 못하고 각자 감수해야 하는 슬프고 힘든 일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고. 만약 우리 중 누군가 더는 활동하기 어렵겠다고 결심하면, 그 결정에 대해서 아무도 뭐라고 할 수가 없다. 대표가 없다는 게 좋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맹점인 것이 계속 일하는 사람만 일하는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누군가 번아웃 되면 대체할 사람이 없다는 것. 나도 20대에 시민사회단체에서 상근 활동을 경험했는데, 번아웃 이후 엄청 책임감이 밀려왔다. 한편으로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지금은 그냥 믿는 수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혼자 떠안지 말고. 어느 정도 충전을 한 후에 움직이고 싶어졌을 때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정혜미 세대교체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피해자와 또래이거나 타깃이 되는 무용수들이 정작 이 문제에 그만큼 관심이 없는 건 아닐까. 혹은 함께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계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 선배 중에서도 건강한 생태계, 위계 없는 자리를 공식적으로 만들고 고민하는 움직임 역시 많지 않다.
권이은정 관심이나 참여도에 있어 개인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요즘 이대남 사건을 보면서 2030세대의 부당함에 대한 감수성은 되게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무용계를 떠나 젊은 세대라면. 다만, 투쟁에 대한 공백이 너무 크다. 2030세대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운동권에 대한 혐오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시위가 사회 변화의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을 온전히 경험하지 못한 것 같다. 투쟁 현장에서도 평화롭게 촛불을 들어야지 무력은 나쁘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 같고. 어떤 방식으로든 체제에 저항해서 싸우는 행위를 잘못된 것으로 여긴다. 되게 슬픈 현상이다. 그들에게도 뿌리 깊은 두려움이 작동했을 것이다. 살아남기에만 매진하다 보면 더욱더 두려운 상황에 노출되기 쉬우니까.
김유진 활동은 회고하면서 동조해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는데. 일을 할 때도 어디까지 믿어주는가에 따라 신뢰의 깊이가 다르지 않나. 내 생각만큼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해 관심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그렇게 무관심하지도 않은 것 같다. 내가 ‘오롯’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도 주변에 많았고, 이들 모두 활동에 대해 각기 다른 판단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직접적 위계의 영향력 안에 있는 사람들은 참여하고 싶어도 무서웠을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가해자의 위치에 있기도 하고.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 더 빠르게 번아웃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 강제로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거니까. 그런 실망은 정작 나를 헤친다.
천샘 활동가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우리가 이렇게 노출된 상태로 계속 활동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누군가 미래를 물으면, ‘계획이 없다’고 답한다. 아직은 해석할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견딜 수 없어서 싸운 것이고, 보상을 바란 활동이 아니지만. 실제로 많은 사건의 연대 활동가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을 텐데. 그 안전망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된다.
하나의 사건을 통과하고, 공동의 연대 방식을 조직해 나아가는 동안 ‘오롯’의 활동가들에게 각기 남겨진 것을 헤아려본다. 누군가는 개인 차원의 연대를 넘어 거시적 관점의 변화를 조망하고, 누군가는 건강하고 지속적인 연대 방식을 화두로 삼았다. 변화에 대한 기대와 희망도, 절망과 체념의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아직 ‘오롯’은 끝도 맺음에도 이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이 기록을 읽게 될 동료 예술가와 동시대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물었다.
천샘 나에겐 ‘위드유’ 활동에 대한 질문이 남아 있다. 어떻게 해야 연대 활동이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을까. ‘지속’이라는 말이 맞을지 모르겠다. 공존할 수 있을까? 살아갈 수 있을까? 지금 ‘위드유’가 쉬어 가는 시간을 가진 게 너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긴 싸움이고, 순환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논의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여러 형태로 다양한 목소리가 올라오고 있다. ‘몿진’도 하나의 목소리이고. 그런 목소리를 서로 듣고, 같이 돌아가게 하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이전에는 ‘위드유’의 활동 중심으로 주목받았다면, 지금 활동을 쉬는 행위도 온전하게 드러났으면 좋겠다. 도의적인 책임을 지우지 않는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믿는다.
권이은정 시스템이 바뀔 거라는 기대가 적다. 현재 ‘위드유’가 해소나 해단을 결정하지 않고 쉰다는 것은 복귀를 전제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 단체를 계속 끌고 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에 대해 ‘위드유’ 동료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나는 아직은 아쉬운 마음이 남는 것 같다. 단체 연명이 필요한 상황에 ‘위드유’가 이름 하나라도 올릴 수 있을 때, 누군가 관련 이슈를 가져와 탄원서를 같이 보내자고 할 때, 단체 유지의 필요성과 함께 고마운 압박을 느낀다. 고마운 압박을 강제해주는 것이 나 개인에게도 운동을 하는 데에 있어 도움을 주고. ‘위드유’가 없어지면 정부나 시스템은 더 움직이지 않을 것 같고. 지금 당장 ‘위드유’가 뭔가를 거창하게 하지 않아도 무용인이나 동료들이 기대하는 바가 있을 텐데 그런 걸 저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지금은 쉬고 힘을 모았다가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은 지점이 생길 때 모두 합류할 거라고. 내심 그렇게 믿고 있다.
김유진 회고하는 과정은 좋았는데, 이 대화를 통해 명백한 입장차도 느끼게 됐다. 나는 지금 조그마한 연대를 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오롯’의 활동이나 개인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라, 이제는 국가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연대 활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을 뿐이지, 사람들의 생각 역시 많이 바뀌었다는 게 느껴진다. 단순히 예술계나 작업 방식 등에 관해서뿐 아니라, 그동안의 갈등 과정을 목격하면서 시민들이 어떤 폭력과 차별을 하면 안 되는지 학습하고, 성숙한 문화도 생겨나고 있는데. 국가만 그걸 안 한다. ‘오롯’은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크기를 했다. 그러니까 번아웃이 온 거고. 근데 그게 우리가 책임져야 할 문제인가. 이제 해결의 단위가 현장 수준을 넘어 커져야 한다. 시민의 의식이 성장하는 만큼 체제도 전환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류OO 안무가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 기소 건에 대해 ‘무용희망연대 오롯_#위드유’에서 2019년 6월 14일 발표한 성명서 일부 (원문 : https://www.facebook.com/orotwithyou/posts/199409794334762)
진행｜보코, 소영
기록｜보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