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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중국 여행지에서의 춤 – 보코의 춤추며 그러모은 문장들

보코 <춤추며 그러모은 문장들>
9화. 중국 여행지에서의 춤


지난 11월, 나에게 춤을 가르쳐주던 무용수 엠마누엘 사누와 ‘쿨레칸 에스쁘아’라는 이름으로 함께 춤 연습을 해오던 친구들이 부르키나파소로 떠났다. 그들이 돌아와 여독을 풀고 몸을 준비하는 사이, 12월도 자연스레 춤 방학이 이어졌다. 다시 그들과 춤출 날을 기다리다 좀이 쑤신 나는 중국에 체류 중인 지인의 제안으로 갑작스럽게 중국 여행을 결심했다. 맥락이 조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매주 규칙적인 춤 연습을 포함해 몇 가지 일정이 사라지니 시간이 많아졌고 조금 심심했고 마침 비행기표도 저렴했다. 이쯤에서 <몿진>의 애독자분들이라면 여태 춤 얘기 잘하다가 웬 뜬금포 같은 중국 여행기인가 싶을 거다. 왜냐고? 

중국에서도 나는 춤을 췄기 때문이다! 

내가 여행한 중국의 도시는 쓰촨(사천四川) 지역의 청두(성도成都)라는 곳이다. 참고로 맥주로 유명한 칭다오(청도靑島)와는 다른 도시다. 청두의 거리에서 춤추는 사람을 발견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어느 정도 여유 있는 공간이다 싶으면 어김없이 사람들이 모여 음악을 틀고 춤을 추고 있기 때문이다. 일명 ‘광장 춤(광창우廣場舞)’이라고도 불리는 중국의 거리문화인데, 중국 정부 차원에서 독려하는 중국식 문화 체육활동의 일종인 듯했다. 

널따란 공원은 물론이거니와, 건물과 건물 사이, 놀이터, 심지어 4차선 도로변을 마주하고 있는 사거리마저도 삼삼오오 모여 춤추는 사람들로 즐비했다. 장소뿐 아니라 시간대도 다양했다. 시장에 요기할 거리를 사러 가던 아침에도,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공원을 산책하던 평일 오후에도, 야시장 구경에 나선 늦은 밤에도 곳곳에서 춤추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나는 문득 이들을 목격할 때마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매번 비슷한 강도로 놀랐다.

응? 여기에서도 춤을 춰? 이렇게 뜬금없이? 

나중에 듣기로 중국인들은 태풍이 왔을 때마저도 야외에 나가지 못하자 춤을 추기 위해 지하 주차장에 모였다고들 한다.

장소와 시간에 따라 춤의 장르와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한낮의 공원에는 부드럽고 잔잔한 음악이 흘렀고 둘씩 짝을 지어 소셜 댄스를 추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느긋하게 자신들만의 리듬으로 스텝을 옮기는 노인들이나, 화려한 스텝과 회전을 자랑하는 중년 커플이 이목을 끌었다. 반면, 도심 한복판 사거리에서는 빠른 리듬과 속도감 넘치는 안무를 다소 젊은 연령대의 사람들이 군무처럼 소화하고 있었다.   

춤추는 이들의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대부분 편한 일상복 차림에, 약속이나 한 듯 지나가는 행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 대개 무리의 앞줄에는 몸놀림이 돋보이고 능숙하게 안무를 끌어가는 이들이 있었지만, 딱히 특별한 구령이나 안내는 없다. 이렇게 춰라, 이건 아니다, 식의 호령이나 지시도 없고 그저 반복되는 안무를 자기 호흡에 맞춰 따라가면 그만이었다. 

옆에서 누가 춤을 추든가 말든가, 구경을 하든가 말든가, 개의치 않고 오로지 자신의 움직임에만 열중하는 사람들 덕분에 나 같은 여행객도 치고 빠지기가 가능했다. 길을 걷다 춤추는 무리가 보이면 쪼르르 달려갔다. 초반에는 간 보는 마음으로 분위기를 구경하다가, 슬금슬금 무리의 꽁무니에 자리를 잡았다. 배낭을 멘 채로 동행인과 함께 서로의 어깨와 허리에 쭈뼛쭈뼛 손을 얹고 엉키는 스텝을 이리저리 맞춰보다가 파- 하고 웃음을 터뜨리기 일쑤. 나중에는 목도리와 배낭을 한쪽에 던져두고 반복되는 안무를 쫓아가기 위해 머리와 손과 발을 움직여댔다. 추울까 봐 단단히 입고 나온 코트 안쪽으로 땀방울이 삐죽 흘렀다. 그렇게 길을 걷다가 잠깐잠깐 춤을 췄다. 오늘도 추고 내일도 추고, 낮에도 추고 밤에도 췄다. 태양과 달빛 아래 바깥 공기를 마시며 춤추는 게 얼마 만인지. 행선지를 향해 처음 온 도시에서 길을 찾아 헤매고, 익숙지 않은 화폐를 만지작거리며 계산을 하는 동안, 시간과 비용을 들여 결심한 여행을 망치지 않기 위해 나도 모르게 바짝 긴장하고 있었나 보다. 이름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길 위에서 흔쾌한 리듬에 맞춰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골반을 흔드는 동안, 어깨와 발가락 사이에 가벼운 진동이 스쳤다.

한 때 광장춤은 소음 논란이 있었던 모양. 중국 시민의 인터뷰 @출처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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