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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일상의 연착륙을 돕는 의식 – 보코의 춤추며 그러모은 문장들

보코 <춤추며 그러모은 문장들>
10화. 일상의 연착륙을 돕는 의식


매주 열리는 춤 워크샵은 늘 어둠 속에서 끝이 난다. 엠마누엘 사누의 춤 워크샵에 오랫동안 참여해 온 이들 다수는 이 시간을 무척 사랑한다. 나 역시 그렇다. 우리가 어둠에 가까워지는 여정은 다음과 같다. 

몸풀기, 워밍업, 춤 동작 익히기, 안무 연습하기 등 일련의 과정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보낸 후, 둥글게 모여 앉는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다음 날 맞이해야 할 근육통에 대비하며 잔뜩 달구어진 몸을 식힌다. 호흡을 가다듬는다. 목, 어깨, 옆구리, 허리, 골반, 엉덩이, 다리 순으로 정성스레 구석구석 살핀다. 두 다리를 머리 뒤로 넘겨 토닥토닥 각자 허리를 마사지하는 소리가 공중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어둠을 맞이할 준비가 모두 끝났다. 

딸칵, 전등이 꺼지는 소리가 적막을 가른다. 모두 자리에 눕는다. 발을 구르고 뛰고 돌면서 접촉했던 땅에 나라는 존재를 잠시 내려놓는다. 춤을 추는 동안 빠르고 경쾌한 리듬이 가득했던 공간에 잔잔한 멜로디와 엠마누엘의 음성이 실린다. 엠마누엘은 모두가 자리에 누운 걸 확인한 후 시 낭송을 시작한다. ‘자, 이제 눈을 천천히 감고 온몸에 힘을 빼고…’로 시작하는 시이다. 우리가 아플 때, 슬플 때, 행복할 때, 그 모든 순간에 항상 우리의 곁에 있는 땅. 내가 누워 있는 땅의 의미를 헤아리는 목소리가 어둠을 채운다. 함께 춤을 추는 동안 에너지를 나눠준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가 전해진다. 시의 내용은 뒤늦게 물어서 알게 된 것이고, 불어로 낭송하기 때문에 나는 어느 대목쯤인지 대체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저 노랫가락처럼 들리는 낯선 언어와 거기에 담긴 것들이 나를 지나가도록 몸을 맡길 뿐이다. 가슴이 천천히 오르락내리락 한다. 마시는 숨과 내쉬는 숨의 길이가 점차 비슷해진다. 

나는 이 시간이 일종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춤이라 불리는 몸짓에 나를 얹어보고, 서로가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꺼내어 마음껏 발산해 본 뒤, 어둠 속에 누워 우두커니 나를 만나는 시간. 춤을 추는 동안은 하나의 몸짓을 나에게 잘 맞는 옷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느라 일상의 어려움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하지만 하루의 모든 시간을 춤으로만 채울 수는 없을 터. 다시 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밥을 짓고 잠을 청하고 내 곁의 소중한 이에게 날선 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기 위해, 땀을 흘리는 동안 미묘하게 달라진 몸과 에너지를 곱게 품는다. 일상으로 부드럽게 연착륙할 준비를 하는 시간이자, 누군가 나의 존재를 확인해주고 또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였다는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이다. 

10분도 채 되지 않을 이 짧은 시간에 나는 크게 위로받는다. 생의 고단함으로 온몸의 진이 빠져버린 날, 나를 기다리고 있을 역경을 슬쩍 맛보고 두려움에 압도당하는 날, 어둠 속에서 거대한 우주의 심연을 떠올려본다. 내가 지나쳐왔을 이전의 생을 상상해본다. 어떤 날은 충만함으로 가득 차고, 때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방울이 맺히기도 한다. 계속 힘을 내어 함께 살아가 보자고 다짐도 해보고, 내가 나이기를 포기하지 않아도 좋다는 무언의 확신을 느끼기도 한다. 함께 땀을 한 바가지 흘려낸 공간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 때도 있고, 이생을 지나가는 모든 존재에게 따뜻하고 싶다는 열망이 세차게 솟아오를 때도 있다. 

의식적인 행위는 힘이 강하다.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 구성원과 공유되었을 때 그 힘은 더 세진다. 세레모니는 무언가를 기념하기 위해 타인과 공유하는 일련의 의식적인 행위이다. 축하의 자리에는 기쁨을, 슬픔의 자리에는 애도를, 절망의 자리에는 다시 살아갈 힘을, 환희의 자리에는 축복을 나눈다. 그 자리에 머무는 춤은 인간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몸짓일 것이다. 먼 훗날 나는 춤으로 기쁨과, 애도와, 힘과, 축복의 에너지를 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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