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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코너] 몸과 몸이 만날 수 없을 때 – 재난을 맞이한 우리 시대의 춤



걷기 좋은 5월의 봄밤이라지만, 반팔로 걷기엔 여전히 쌀쌀한 바람이 분다. 코로나로 많은 일상이 미뤄진 지금, 여름도 미뤄지는 걸까. 요즘같이 내 몸이 어떤지, 열은 나는지, 가슴은 답답한지, 예민하게 느끼고 보살핀 적이 있었던가 떠올려본다. 바이러스 발병 이후, 우리 동네 천변엔 밤마다 달리고, 자전거를 타고, 걷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운동하는 낯선 이들과 흔들리는 눈빛을 교차한다. 타인의 몸 역시 어느때보다 민감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증상은 다음과 같다. 공통적인 반응은 발열과 마른 기침, 피로감. 초기엔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고, 무증상 환자도 많을 수 있으며, 바이러스에 걸렸다 회복되어도 또 감염될 수 있다. 걸리게 되면 나의 몇일간의 동선이 모조리 밝혀지며, 내가 거쳐갔던 장소들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다. 바이러스에 걸리는 것도 모자라, 누군가의 생계까지 어렵게 할 수 있다는 두려움과 죄책감은 지금 이 재난을 견디는 마음의 기본값일지 모른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고조일 때, ‘혹시’라는 마음이 내 몸을 지배한 적이 있었다. 잠들기 위해 누웠는데 갑자기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을 느끼며 호흡이 가빠진다거나, 쿵쿵거리며 재빠르게 뛰는 심장소리가 귓가에 크게 들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감이 임박한 기획안을 끝내며 받은 스트레스, 부담감 때문이었을텐데, 나는 가장 먼저 ‘혹시 내가 코로나에 걸린걸까’를 의심했다. 코로나를 생각하자, 온갖 상념들이 몰려들었다.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이 격리가 되고, 우리 댄스 스튜디오도 문을 닫고, 작업실의 동료들도 일을 못 하고… 증상이 더 나아질리 없다. 심호흡을 여러번하며, 곁에 잠든 이의 손을 꼭 잡으며, 마음을 한참 달랬다. 그때를 상상하며 이 글을 쓰는 지금, 갑자기 마음이 답답해진다(…)


마음이란건 이토록 힘이 세구나. 그렇다면 반대도 가능할까. 내 몸이 바이러스를 물리치고, 보호막을 만드는 상상을 한다면, 몸도 마음따라 강해질까. 하지만 마음은 습관처럼 계속 고개를 돌리는 선택을 했다. 한 줄기 빛에 매달리듯, 나는 몇주간을 밥 말리의 노래를 들으며 보냈다. 잘 쉬던 숨이 갑자기 멈춘 듯 내 몸의 긴장이 나를 누를 때, 나는 이 특유의 리듬을 타기 시작하며 새롭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레게음악은 선샤인 그 자체였다. 느릿느릿 리듬에 몸을 맡기자, 내 주변이 마치 햇빛이 쏟아지는 해안이 된 것 같았다. 다리를 건들거리며 한숨 자고 싶은 여유로움과 릴렉스.


이 기간동안 나를 지배했던 리듬은 전보다 빨라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피드 훑는 속도, 새벽에도 밤에도 울리는 긴급 재난 문자의 갑작스러운 알람, 넷플릭스 속 에피소드의 무한재생이었다. 다리는 정박된 채, 내 눈과 손가락과 머리는 어느때보다 분주했던 시간이 느껴졌다. 이동하고 만날 수 없는 몸의 무기력이기도 했고, 한편 온갖 정보들 속에서 살아갈 궁리를 찾는 또다른 움직임이기도 했다. 뚝뚝 끊긴 일상 속 흐름들, 어느때보다 불투명한 시간 앞에서, 나는 어느새 생동감과 콧노래를 잃어버렸다는걸 알았다.


이 감각은 나보다 어쩌면 감각이 더 예민한 시기의 청소년에게 더 소중한 듯 했다. 우리는 청소년 대안학교에서 주 1회 춤수업을 하고 있는데, 첫 시간은 온라인으로, 두번째는 직접 만나 춤췄다. “온라인 수업보다 백배 재밌어요!!!” 두번째 수업을 마치고, 한 학생이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춤수업은 항상 ‘오프라인’이었기 때문에 비교대상이 없었는데, ‘온라인’수업이 생기고부터 몸과 몸이 직접 만나는 이 시간은 꽤 커다란 기분 좋은 자극으로 다가온 것이다. 비대면 스크린 수업은 앞으로 점점 늘어나겠지만, 온라인으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감각이 있다. 몸과 몸이 만나는 그 순간에 어떤 에너지가 생긴다. 몸들이 많아질수록 그 힘은 더 커진다. 서로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과거엔 ‘몸을 많이 움직여 피곤해졌어요’ 라고 말했던 친구들이, ‘춤추니 피곤이 싹 날아갔어요’라고 답하다니!


온라인 수업기간에 못 만나는 동안, 우리는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줬다. 사람을 제외하고, 우리 주변의 다양한 움직임들을 짧은 영상으로 기록하는 과제였다. 결과물은 너무 재밌었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와 닭, 공놀이, 창밖의 흔들리는 나무와 지나가는 자동차, 자전거, 전선 위에 앉은 새의 날갯짓, 작은 콩벌레와 개미들, 세탁기 속 돌아가는 세탁물,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 전자레인지가 초를 세는 법, 가습기, 시계 초침, 엘리베이터, 청소기 충전센서, 로봇청소기. 내 주변의 움직임을 기록하며, 인식하고 느껴보자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동시에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기계들이 움직이는 지도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리듬은 꼭 반복되는 비트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파장, 흐름이라는 말과 더 닮지 않았을까. 뛰고 있는 내 심장이 내 주변의 또다른 리듬들을 만날 때, 우리는 그 보이지 않는 힘들과 계속 에너지를 주고 받으며, 변화하고, 공감한다. 지금 글을 쓰는 5월 30일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는 한번 더 공공공간 등을 2주간 문닫게 했다. 나는 오늘도 집에서 내 몸을 계속 살아있게 하는 리듬속에 몸을 맡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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