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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도화지 같은 몸 – 보코의 춤추며 그러모은 문장들

boko

2화 ‘도화지 같은 몸’


춤판을 얼쩡거리며 몸을 둠칫둠칫 두둠칫 움직일 때는 흥겨움이 전부였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도무지 익숙하지 않은 박자에 몸을 맡기려고 하니 진땀이 뻘뻘 흘렀다. 춤을 배워보겠다고 내 발로 찾아간 워크샵이었다.


나의 몸은 마치 도화지 같았다. 새하얀 백지에 그릴 수 있는 그림은 무궁무진한데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는 막막한 상황. 생소한 리듬과 움직임은 눈알을 열심히 굴린다고 해서 처음부터 따라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치 몸이라는 도화지 위에 어떤 도구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처럼 말이다. 내가 가진 것이 색연필인지 물감인지, 지금 저 움직임을 모사하기 위해서 연필을 꺼내야 하는지 붓을 꺼내는 게 좋을지, 가늠하지 못한 채 오래도록 헤매었다. 내 몸이 가진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답답한 시간은 그저 흘렀다.


찬란한 여름 태양과 파릇파릇한 잔디밭, 곳곳에 설렘과 열기가 흥건하게 녹아내리던 락 페스티벌에서 경험한 춤의 첫인상은 어느 정도 과장된 게 분명했다. 하긴 ‘특별한 하루’를 기대하며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써가며 한 장소에 모인 사람들은 흥분될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을 테니 과장된 첫인상은 어쩌면 당연한 거였다.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여 춤을 추는 행위를 일상의 리듬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매번  설레기만 한 일은 아니다. 특히 관계의 어려움을 톡톡히 맛본 날이라거나, 경제 활동에 치여 온몸이 바스러질 것 같은 날엔 마음만 챙기기도 버겁다. 그런 날 춤추러 가는 발걸음은 장마에 푹푹 절은 장화를 신고 간신히 걷는 것처럼 무겁다. 참방참방 금방이라도 넘쳐 흘러 내 주변을 온통 엉망진창으로 만들 것 같은 감정에 사로잡힌 날도 마찬가지이다. 위태로운 걸음과 감정을 고스란히 안고 그래도 춤을 추러 나갔다. 안 간 날도 있었지만 안 간 날보다 간 날을 더 많이 만드는 게 일차적인 목표가 되었다.


그 와중에 땀을 흘리고 몸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연주가 만들어 내는 에너지와 호흡하면서 나만의 방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춤을 추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 치고는 준비 자세가 엉성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은 자꾸만 흘렀고 춤이 뭔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나는 시간이 쏜살같이 흐르기만을 고대했다. 나의 몸으로 표현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 내가 모르는 내 춤의 가능성을 탐구해보기 위해서. 연필심처럼 뾰족하고 가는 선을 만들 수 있는지, 부드럽고 커다란 붓으로 섬세한 획을 그을 수 있는지 무모하게 시도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몇 차례의 계절이 순번을 기다리듯 지나갔다.


(다음 시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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