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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취미 생활자와 프로 무용수 사이 – 보코의 춤추며 그러모은 문장들

보코 <춤추며 그러모은 문장들>
8화. 취미 생활자와 프로 무용수 사이


춤을 춘다고 하면 사람들이 하는 첫 질문은 대개 같다. 무슨 춤 춰요?

음… 제가 추는 춤은 만딩고… 그러니까 만뎅이라고도 불리는 문화에 뿌리를 둔 춤인데요. 부르키나파소라는 나라에서 온 안무가에게 배우고 있어요. 지금 제가 느끼기엔 만딩고 춤과 현대 무용 사이 어디쯤인 것 같긴 한데…

장황하고 맺음이 분명하지 않은 대답에 사람들은 당황한다. 나도 안다. 그냥 ‘아프리카 춤을 춰요’라고 말하면 서로 쉽게 퉁쳐진다는 것을. 하지만 우리는 탈춤을, 삼바를 춘다고 말하지 ‘아시아 춤’, ‘남미 춤’을 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전달하려는 의미를 말이라는 그릇이 온전히 담지 못할 때, 더 풍부한 대화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믿는 나는 일부러 돌아가는 길을 택했을 뿐이다. 기존에 통용되는 단어가 우리의 상상력과 해석을 배제하고, 편견과 선입견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걸 몇 차례의 경험으로 체득했기 때문에. ‘아프리카 춤’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 말하지 않기 위한 노력임을 상대방이 알아차렸을지는 모를 일이다. 

알쏭달쏭한 대답에 만족하지 못한 이들은 신속하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보코는 댄서인가요? 공연도 하나요? 그럼 공연으로 먹고살아요?

흠… 일단 침을 꼴깍 삼킨다. 사실 이 대목이 더 어렵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말을 이어간다. 

그러니까 제 목표는 전문적인 댄서가 되는 건 아니긴 한데요. 제 삶의 욕구와 방향에 춤이 전부인 건 아니라서… 그래도 공연할 기회를 만들고 춤 연습도 계속 꾸준히 해나가고 싶어요. 춤이 늘 가까이 있는 삶을 살고 싶거든요.

여기까지 끈기 있게 대화해 준 이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은 심경이 될 때쯤, 사람들은 그제야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나도 미처 몰랐던 답을 자신이 마치 발견했기라도 한 듯. 아주 친절하게 한마디로 요약해준다. 아… 취미 생활로 춤추는 거구나. 

힘이 조금 빠진다. 굳이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딱히 틀린 말은 아닐 테지만. 그 이름이 나의 춤 역사를 오롯이 담고 있진 못하니까. 말이라는 그릇에 금이 가고, 이가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취미 생활’로 춤을 추는 사람과 소위 ‘프로 무용수’라고 불리는 사람 사이의 간극은 얼마나 넓은 걸까. 무용 비전공자로 무용 생태계에 어두운 나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춤을 추고 있는 나 자신마저도 때로는 어디쯤 서 있는 건지 혼란스럽다. 단순히 땀 흘리며 건강해지려고, 많이 웃고 발산하기만 하려고 춤을 추는 건 아닌데. 춤을 통해 경험을 쌓고 계속 질문을 던지며 발견하고 싶은 것도 있는데. 다만 목표가 ‘직업적 무용수’가 아닐 뿐인데. 나 진지한데… 

갈 곳을 잃은 말들과 실패로 끝나는 대화의 패턴을 몇 차례 반복한 후, 금이 간 그릇을 이어 붙이기는 그만두기로 했다. 이제는 대신 나의 욕구를 또렷하게 힘을 주어 말한다. 

나의 목표는 할머니가 되어도 계속 춤을 추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때까지 춤이 내 인생에서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춤을 꼭 한 번 춰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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