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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다시 봄, 다시 시작 – 재난의 시대를 맞이한 우리들의 춤

올해의 봄은 조금 빨리 왔다. 한층 밝아진 햇빛에 거뭇한 가지들에 연두색 싹들이 점처럼 돋아나며 봄의 기운이 점점 돌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여전히 꽁꽁 묶인 상황이지만, 따뜻한 볕을 맞으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좀 포근해지고, 몸이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한다. 역시 무엇이든 시작하기 좋은 계절이다. 

작년엔 갑작스러운 코로나로 5월에 시작했던 성미산학교 춤 수업을 올해는 3월부터 무리 없이 시작하게 됐다. 지난 1년간 학생과 학부모간 소통을 가장 중심에 두며, 대응책을 기민하게 세워온 학교의 덕일테다, 이번엔 어떤 새로운 얼굴들을 만날까. 3년째 수업을 진행하며 어느덧 나에게 봄은 처음 만나는 이들의 얼굴이다. 보고 싶은 얼굴들도 떠오르고, 겨울방학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도 궁금해졌다. 

이 움직임 수업엔 6학년인 열세 살부터 9학년 열여섯 살까지 참여할 수 있고, 장애 구분 없이 함께 수업을 듣는 통합교육으로 이뤄진다. 이번 학기는 총 6명의 친구가 모였다. 절반은 작년, 재작년부터 함께 춤춰온 친구들인데, 매년 볼때마다 키가 쑥쑥 자라있다. ‘아이 러브 만딩고’ 이렇게 노트를 남기며 3년째 이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도 있다.

여느 때처럼 동그랗게 둘러앉아 서로의 이름을 소개한다. 앞으로 계속 마스크 쓰고 춤출 거니까, 소개할 때 마스크 잠깐 벗고 얼굴도 보여주기로 했다. 눈만 말똥거리던 얼굴에 나는 얼마나 자주 이들의 코와 입 모양을 상상했었던가. 한둘씩 마스크를 내리고 얼굴을 씨익 모두에게 보여준다. 내 차례가 되어 저는 이렇게 생겼어요 하며 마스크를 내렸다. 찰나의 순간, 숨겨왔던 내 속마음을 몽땅 다 보여주는 것이라도 한 마냥 쑥스러움을 느꼈다. 물론 나만 그랬던 것 같지만. 사진 찍듯 멋진 표정을 짓는 아이도 있고, 꼭 기억하라는 듯 오랫동안 얼굴을 보여준 이도 있다. 마스크 아래 웃음 짓던 얼굴들이 참 예쁘다. 춤추며 이 웃음들을 보기 어려우니 더 아쉽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우리 수업에서 바뀐 게 있다면, 평소 움직임이 많이 줄어든 생활 속에서 필요한 근력이나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다. 땅바닥에 손을 짚고 도마뱀처럼 낮게 기어가거나, 옆으로 뒤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배 근육을 기르는 움직임을 보여주니, 갑자기 친구들의 눈빛에서 반짝거리는 기운이 쑥 사라진다. 헉 저걸 어떻게 해요, 하는 눈빛이다. 그럴 때마다 엠마는 코믹하게 ‘나, 아저씨’라고 자신을 가리키며, 여러분은 ‘베리 영(very young)!’ 할 수 있어, 에너지 더 만들 수 있어’ 하며 파이팅을 불어 넣는다. 꼬물거리던 움직임들이 어느덧 쑥쑥 팔과 다리를 이리저리 쭉 뻗는다. 

올해의 컨셉은 ‘용기’. 만데 민족들 가운데 ‘강철도 뚫을 수 없는’이란 별명을 지닌 민족 ‘구룬시’의 춤을 배운다. 발을 뻥뻥 앞으로 차며 걸어가거나, 주먹을 하늘 위로 힘차게 솟구치거나, 정면을 응시하며 어깨와 팔을 구부려 발 구령에 맞게 앞으로 전진하는 동작들이 있다. 고대부터 인간은 춤을 통해 현실의 육체를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존재가 되고자 했다. 과거 조상들은 실제로 사자와 같이 거대한 동물을 사냥하러 가기 전에, 그와 같이 큰 힘을 얻기 위해 춤을 추었다고 한다.

실제로 나 또한 그 춤을 추면서 나도 모르는 내 안의 힘을 느끼곤 했다. ‘안 돼!’, ‘이제 그만해!’, ‘그렇다면 싸우자!’와 같은 마음이 들 때, 실제 목소리로 소리칠 수 없어 가슴이 답답할 때, 몸으로 이걸 표현하며 한결 시원하고 통쾌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지금 쑥쑥 자라나며 많은 걸 경험하고 싶은 청소년에겐 지금이 얼마나 더 갑갑할까. 청소년들과의 수업에선 매주 만날 때마다 자라고 변화하는 몸과 생각, 감정들을 관찰할 수 있다. 성장과 변화의 속도가 뚜렷한 이들을 만나며, 나도 그 속도는 좀 더디지만 여전히 변화하고 있고, 좀 더 원하는 방향으로 뻗어가고 싶다는 마음을 다져본다. 올 한해 언제 끝날지 모르고 반복되는 희망과 실망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힘과 용기를 잃지 않기를! 생각만으로 안 될 땐 몸을 움직이자. 으쌰으쌰!  

글 | 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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