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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그루브와 흥 – 춤추며 탐구한 문장들




6화. 그루브와 흥

새로운 춤을 배운 날에는 막바지에 기록용 동영상을 촬영하곤 한다. 아, 방금 서로의 어떤 것이 찌릿 마주치지 않았던가! 느낌표를 강렬하게 느끼는 이들이 많은 날에는 머리를 맞대고 모여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에 기록된 영상을 함께 살펴본다. 춤을 추던 내가 미세한 시차로 과거의 나를 뛰어넘었던가? 약간의 확신이 드는 날에는 춤추는 나만 보인다. 그럴 리가… 의문이 드는 날에는 나를 제외한 모두가 보인다. 분명 같은 춤을 추고 있는데도 누군가의 몸짓이 더욱 매혹적으로 눈길을 잡아끈다. 

참 신기한 일이지. 누가 어떤 상태로, 구체적으로는 어떤 감정과 정신과 에너지를 담아 무엇에 집중해 춤추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것이 전달된다. 맛으로 치면 얼마나 맛깔 나는가, 기량으로 치면 얼마나 충분히 소화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는가, 의도로 치면 얼마나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서 가지고 노는가에 따라 언어 체계를 통과하지 않고도 보는 이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계획된 동작을 리듬에 맞춰 끼워 넣고 있는 이와 리듬을 타고 그 안에서 자유자재로 즐기는 이의 춤은 분명 다르게 보인다. 

이걸 정확히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궁리하던 차에 오래전 읽었던 만화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아직 매끄럽게 다듬어지지 않은 이들이 밴드를 만들어 오디션에 참가한다. 상대해야 할 밴드의 이름은 히말이다. 멤버 중 한 사람이 묻는다. 

“그럼 네가 보기에 히말을 상대할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루브.”
“그…그루브? 그게 뭔데?”
“그러니까 뭐랄까 뜻은 알지만 정확히 말로 설명하기는 힘든데…”
“마.. 말하자면 어떤 흥이랄까?”
“???”

영문을 알 수 없는 멤버들의 눈초리에 말하던 이는 주춤거리며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니까 뭔가 쫀득쫀득하면서 말랑말랑하고 흘러갈 듯 말듯 빙글빙글… 그러다가 톡톡 쏘면서…”
“강장동물 말이야?
“뭐?”
“히드라나 말미잘 같은 거 말이야.”
(중략)
“가끔 보면 굉장히 상징적이란 말이야. 그루브의 형상화를 시도하다니.”

말풍선으로 연결된 이 대화가 내가 가진 그루브에 대한 첫인상이다. 그루브(groove)는 음악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인데, 반복적인 패턴 속에서 밀고 당기는 작은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감각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그루브는 ‘특이하고 규칙적이며 매력적인 방법으로 지속되는, 말할 수 없지만 질서 있는 감각으로, 듣는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묘사되어 왔다. 그루브에 정확히 대치되는 용어가 존재하진 않지만, 대략 우리말로 하자면 ‘흥’을 일으킨달까. 

한자어 ‘흥(興)’은 마주들 여()자와 한가지 동(同)자가 합쳐졌다. ‘여럿이 마주 들다’는 의미이다. 흥(興)에 상응하는 순수 우리말로는 ‘어위’가 있다. 한자어 흥의 어원을 찾다가 발견한 중국학 위키백과에 따르면 ‘어위’와 어원을 같이 하는 우리말은 ‘어우다(어우르다)’, ‘어위다(넓고 너그럽다)’, ‘어우러지다(여럿이 한데 어울리다)’ 등이 있다고 한다.

흥은 바람같이 일어난다. 신바람이 절로 나서 춤에 흠뻑 빠진 이에게 흔히들 ‘춤바람’ 났다고 하지 않았던가. 춤추는 몸은 시간을 연결하면서 동시에 촘촘한 시간 사이 틈을 만들어 보는 이로 하여금 흥이라는 감정이 스미게 한다. 흥이 솟구친 자리에 너울진 재미와 즐거움은 여럿이 함께 너그러운 마음으로 넓게 어울리는 풍경을 전제한다. 



글|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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