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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 시대를 맞이한 우리들의 춤] 모든 공간이 닫아도, 학교는 닫을 수 없다

오늘은 펠라쿠티(Fela Kuti)의 펑키 음악으로 시작해볼까? 아니면 그때 걔가 듣고 싶어했던 악동뮤지션? 머릿 속으로 노래를 고르며 4층 음악실에 도착한다. 한 명이 피아노 앞에서 광광광광 낮은 음의 여러 건반을 강하게 누르다 노래를 한다. “위 올 라이(We all lie)~” 수업시간이 가까워오자 한둘씩 도착하기 시작한다. 누워 쉬는 사람도 있고, 서로 장난치며 뛰어다니는 사람도 있다. 마스크 너머의 표정을 보며 오늘 학생들의 컨디션을 가늠해본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점점 더 몸을 웅크리는 이들도 많아졌다. “자, 여러분! 이제 우리 시작해볼게요~!”?

매주 목요일 오후 두시부터 네시, 마포구에 위치한 대안학교 ‘성미산학교’에서 진행하는 춤수업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 중의 하나다. 특히 코로나시대를 겪으면서 이 수업은 더욱 각별해졌다. 올해 봄부터 지금까지 변화무쌍한 코로나 상황 속에서 이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최선의 ‘오늘’을 만들 수 있도록 학교를 이루는 다양한 주체들과 깊고 촘촘하게 소통해왔다. 공동육아가 자연스럽게 대안학교로 발전하여, 학교 구성원 모두 ‘성미산 마을’이라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오랜 기간 공감대를 쌓아온 덕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일시적으로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던 여러 공공기관들 – 학교부터 도서관, 청소년 교육기관, 문화센터, 복지관 등을 지켜보며,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것인가를 고민하던 내게 이 곳에서의 경험은 아주 소중했다.?

모든 곳이 문을 닫아도, 학교는 문을 닫으면 안된다.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성미산학교 교사 ‘유자’가 한 말이다. 이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속에서 힘이 불끈 솟았다. 재난상황이라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며 받아들였지만, 사실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코로나로 등교횟수가 제한되고, 도서관과 청소년 문화센터 등 공공시설이 문을 일제히 닫아야 했고, 누군가는 일대일 과외받고 누군가는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자녀들의 지식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그리고 언제부터 학교가 ‘공부만 하는 곳’이었던가. 특히 중학교 때는 ‘친구따라 학교 가는’ 시절이지 않았던가. 어른들 말은 무시해도 친구 약속은 꼭 지켰던 때, 수업보다 동아리 활동이 재밌는 곳, 지금껏 살면서 가장 많이 변화하고 흡수하며 예민하게 반응했던 시간이었다.

1학기 수업풍경

올해 초, 코와 입의 호흡을 통한 바이러스 전염을 조심하게 되면서, 춤은 자연스레 위험 대상이 되었다. 3월 부터 진행하기로 한 수업이 계속 연기가 되다, 4월 중순께 학교에서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연락이 왔다. 나는 회의에 가는 도중에 ‘아, 이 수업도 취소가 되려나, 비대면은 해본적 없지만 어떻게든 진행하고 싶다’고 마음을 다졌다. 선생으로서의 책임감보다도 갑작스레 닥친 생계 걱정이 더 나를 자극한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날 처음 만난 중등과정 총괄담당 선생님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학교도 지금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사실 지금 이 시기의 학생들은 친구를 사귀고, 사회성을 기르는게 중요한 시기라고. 이 시기를 놓쳐버리는 것이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상황이라 생각한다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두려움과 끊임없는 줄타기를 하며 코로나 시대 속 춤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12-15세 사이의 학생 10명이 신청했고, 두 그룹으로 나눠 격주에 한번씩 대면하고, 못 만나는 주엔 영상을 보고, 숙제를 인터넷 카페에 올리는 식으로 계획했다. 지금은 소규모 수업이 익숙해졌지만, 당시 5명의 학생과 춤수업을 하는 건 꽤 어색했다. 작년 으쌰으쌰 북적거리며 열댓명의 학생들이 몸으로 매주 쏘아올리던 에너지와 비교가 됐다. 그래도 이렇게 만나 춤출 수 있는 지금에 매번 감사했다. 

비대면은 그에 비해 잘 진행되지 않았다. 다른 수업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게 많다 보니, 매일매일 인터넷 카페에 접속해 공지를 확인하고, 숙제를 하고, 이를 업로드하느라 학생들은 혼란스러워 보였다. 결국 우리는 매주 두 그룹을 1시간씩 짧게 만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학기말 모든 학생들이 참여했던 발표회는 없어지고, 온라인 영상을 만드는 걸로 공연을 대체했다. 2학기는 상황이 나아져 8명의 학생들과 매주 두시간씩 수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 기간동안 진행된 모든 수업 시간에는 마스크를 코까지 올려 쓰고, 신체 접촉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과 같은 상황속에서 ‘춤’자체가 두렵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몸과 몸의 만남을 위협처럼 생각하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유자 선생님은 춤수업을 진행하는 것 자체는 교육적으로 너무나 필요한 일이었다고 했다. 그는 춤이라는 것이 몸을 발달시키는 수단이면서도, 내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합을 맞추는 활동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만딩고 춤수업은 모듬북, 진도북춤과 함께 ‘어울림 수업’의 하나로 진행되는데, 이 수업은 ‘예술적 기능’보다도 ‘공동체 내 소통의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즉, 각자가 자신을 드러내면서도 전체 속에서 어떻게 함께 어울릴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배우는 교과과정 중 하나다.

유자 선생님은 수업을 담당하는 선생님이면서도, 누구보다도 맘놓고 춤추며 수업의 활기를 북돋아왔다. 몸을 쭈뼛거리던 학생들도 춤추는 그를 보며 더 웃고, 긴장을 풀고, 쉽게 어울릴 수 있었다. 그는 성미산 학교에서 가장 비중이 큰 수업인, 일년동안 하나의 주제로 공동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수업을 맡고 있다. 개학하기도 전에 코로나로 두 번의 기획이 엎어졌고, 결국 코로나 상황 이 자체를 마주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안녕하신가연-결‘이란 이름으로 8-9학년 열 세명의 학생들은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재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안부를 묻고, 학교 내부의 사람들도 서로를 더 알아갈 수 있도록 마포FM 라디오 프로그램과 잡지를 만들어 지금을 기록하고 있다.?

그가 최초에 계획했던 프로젝트는 ‘축제’였다. 점점 소비자와 관찰자가 되기 쉬운 이 현대 문화 속에서, 좀 더 자신을 깊게 들여다보면서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말, 관심, 고민들을 표현할 수 있는 장, 그리고 이를 귀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장소, 각자가 하고 싶은 제안들을 시도해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지금 이 시기의 학생들은 점점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 시작하는 시점인 것도 강하게 작용했다. 춤을 추는 동안에도 그는 몇몇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을 발견한다. 처음엔 자신의 몸짓을 드러내는 걸 부끄러워하고 싫어하다가, 이 경계를 한번 뛰어넘고 자신을 드러내는데 점점 용기를 갖게 되는 모습을 친구들에게서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춤이라는 것이 알게 모르게 그런 매개가 되고 있는 것 같다며.

나 또한 매주 한번씩 친구들을 만나지만, 작지만 조금씩 피어나는 변화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춤은 자신의 몸에 집중하면서도 나를 둘러싼 환경을 새롭게 보게 했다. 우리는 내 몸의 관절과 근육을 느껴보기도 하고, 내가 위치한 공간, 사물들,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기도 했다. 몸은 머리보다 더 많은 걸 빨리 감지했고, 익혔다. 어느 날에는 내 몸이 이 넓은 음악실을 가득 채우며 걸어보거나, 발에서 뿌리가 자라나듯 깊이 땅을 딛고 서있을 때, 우리 몸뚱아리는 실제보다 더 큰 존재가 되기도 했다. 혼자 달리기보다 함께 달릴 때 더 재밌고, 큰 힘을 낼 수 있는 것처럼, 함께 움직이면서 혼자서는 못했을 시도들을 해보게 되기도 했다. 모두의 박수와 자신을 향한 눈빛 속에 우연히 꺼내게 된 작은 움직임은 점점 재미를 더해갔다. 

매일이 똑같을 수 없듯이, 어떤 날은 힘이 생기고, 어떤 날은 힘이 빠지는 수업날도 있었다. 하지만 서로를 믿음의 눈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뭔가 해낼 수 있구나를 느꼈다. 잘 할 수 없어 가만히 있다가도 점점 시도하는 것이 많아지는 날들 속에서, 자기 자신과 외부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들을 볼 수 있었다. 매일 쑥쑥 자라고, 주변의 환경에 빠르게 반응하고 감지하는 눈빛과 몸짓들이 거기 있었다. 

지금 자라나는 이 시기에 내 몸으로 느끼고 만든 힘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엠마는 곧잘 말했다. 나중에 성인이 되서 만드려고 하면 힘드니까, 지금 친구들과 우리 함께 즐겁게 에너지를 만들자고. 이 에너지는 나중에 여러분들이 무슨 일을 하든 큰 힘이 되줄 것이라 하면서.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사실 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많다. 학생들은 보다 진심과 진실에 감응한다는 것을 느끼며 교사가 되기를 결심한 유자의 말이 떠오른다. 



글 | 소영
도움주신분들 | 유자(성미산학교), 라이언(성미산학교), 엠마누엘 사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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